우리 이야기

-‘몸값’이라니?- 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5. 1. 24. 20:52

2014/12/17(수) -‘몸값’이라니?- (2422)

 

막말은 안 된다고 하면서, ‘쌍소리’는 절대불가라고 하면서, 우리말을 남용하는 사실을 눈감아주는 이 기막힌 사연을 누구에게 호소해야 되는 겁니까? 한글 학자들은 왜 침묵합니까? 광화문 앞에 앉아 계신 세종대왕께서 들으시면 노발대발 하실 겁니다. 야구선수의 몸값이라니 그게 말이 됩니까?.

‘몸값’이란 창녀들의 세계에서만 통용될 수 있는 말이라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물론 노예 제도가 존속하던 구시대에는 종의 ‘몸값’을 운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인신매매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 문명한 세상에 살면서 어쩌자고 노예로 전락하기를 바랍니까? 그래선 안 됩니다. ‘갑’이니 ‘을’이니 하는 낱말도 듣기 거북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스스로 지켜야지 누가 지켜주기를 바라서는 안 됩니다. 대한항공 부사장의 ‘횡포’도 기내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막았어야 합니다.

사무장은 인권을 유린하는 부사장을 향해, “떠들지 말고 앉으세요. 부사장께서는 1등석에 탄 손님일 뿐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이 없습니다. 항공기가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는 나를 해임할 권한이 있을지 모르지만 항공기가 이륙을 시도하는 이 마당에는 절대 안 됩니다.”라고 했어야 마땅한 것 아닙니까?

부사장의 지시에 따라 비행기 탑승구로 되돌려 간 기장도 크게 반성해야 합니다. 목이 달아나도 안 될 일은 안 된다고 잘라서 말하고, 기장으로서의 의무를 끝까지 수행했어야 대한항공의 충성스러운 기장이 되었을 것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