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어느 화가의 삶의 향기-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4. 12. 8. 20:49

2014/11/12(수) -어느 화가의 삶의 향기- (2387)

 

서봉남 화백을 알게 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입니다. 그가 보내준 화첩을 통해서 그의 삶과 작품의 크기와 깊이와 힘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하자면 그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한 사람 (‘사람’이라고만 부를 수는 없는 존재이긴 하지만), 그 한 사람에게 압도되어 한평생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 있는 고즈넉한 이태리 식당에서 서 화백 내외와 마주앉아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하였습니다. 아직도 시골티가 나는 순박한 표정을 짓는 그의 아내는 벌써 20년이나 1주일에 3번은 투석해야 연명하는 신장병 환자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남편은 지성·극성으로 이 천사 같은 아내를 돌보며 꾸준히 화가의 길을 걸어, 올해 7순을 맞게 되었는데, 집안 사정 때문에 아이들을 학원에도 보낸 적이 없지만 딸은 이미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아들은 연세대학의 학생이라고 하였습니다.

기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라는 이름은 무섭고 놀라운 능력을 지닌 이름이라고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도 바울을 바울로 만드신 그 예수가 서봉남 화가와 그의 기적을 이 날까지 인도해 주신 것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서 화백에게 이런 약속을 하였습니다. “서 화백 생일이 12월 23일이라는데 내가 우리 집의 60년 전통인 냉면 파티를 원하는 날에 열어 주리다. 몇 명이라도 걱정 없으니 다 초대하리다.” 그렇게 약속하는 내 마음도 기쁨에 넘쳤습니다.

‘인생은 괴로우나 아름다운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어두워지는 ZINO 식당 가까이서 서로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서봉남 화백은 매우 행복한 화가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