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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뭘 먹지?- 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4. 12. 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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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3(목)
-어디서 뭘 먹지?-
(2388)
‘무상급식’이 정치적 이슈로 크게 떠올랐습니다. 물론 직장에 다니는 월급쟁이들과는 전혀 무관하고, 다만 학교에 다니는 어린 학생들에게만 관련된 문제이긴 하지만 워낙 숫자가 커서 국가의 재정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오면 시내의 빌딩 숲속에서, 바지 주머니에 두 손 꽂고, 수없이 많은 젊은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옵니다. 점심 먹을 집을 찾아 가는 겁니다. 그 광경이 하도 한심스럽게 여겨져, “아내가 싸주는 도시락을 사무실에 앉아서 먹으면 안 되느냐?”고 오래 전에 한 마디 하였지만 듣는 이가 없었습니다.
오늘의 노인들이 학교에 다니던 그 옛날에는 점심은 으례 어머님이 싸주시던 도시락 밖에 없었습니다. 각자가 가져온 점심 그릇에 담긴 찬거리 때문에 희극도 있었고 비극도 있었습니다. 부잣집 아이들의 도시락과 가난한 집 아이들의 도시락은 점심 그릇의 ‘찬’으로 구별이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날 교실 화덕 위에 올려놓은 어떤 아이의 도시락은 김치찌개가 되어 그 ‘향기’가 교실에 진동하기도 했습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직장이나 교실에는 아내나 어머님이 마련해 준 도시락을 먹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는 것 같습니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이 아내이건 어머니이건 도시락을 만들 시간이 있겠습니까? 점심은 마땅히 ‘급식’이나 ‘밥집’에 전적으로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무상급식’이란 말은 왜 생기는가? 복지 국가를 지향하는 이른바 선진국에서는 어린이들의 점심이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겁니다. 그들의 재정은 그렇게 튼튼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나라의 살림이 넉넉지 못하여 어린이들에게 돈 안 받고 점심을 먹이기가 어려울 겁니다.
이 문제가 왜 이렇게 시끄럽게 되는가? 정치꾼들이 ‘침소봉대’하여 시끄럽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집이 가난해서 어머님이 도시락도 못 싸주는 그런 형편의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수도꼭지를 틀어 물만 마시고 점심을 때웠습니다.
아이들의 먹거리는 각자의 어머니가 책임지는 것이 순리입니다. ‘무상급식’이 더 불거지기 전에, 전국 어머니들의 긴급회의가 소집돼야 마땅합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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