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책임의 한계 -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4. 11. 9. 08:11

2014/10/22(수) - 책임의 한계 - (2366)

 

최근에 또 한 번 큰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서울 근교에서 빌딩의 환풍구 뚜껑이 내려앉아 그 위에 올라가 야외 쇼를 구경하던 관객 25명이 졸지에 20미터 아래로 떨어졌는데, 그 중에서 16명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뜻하지 않은 엄청난 사고였습니다.

그러나 유가족들과 주최자 사이에 합의가 57시간 만에 원만하게 끝이 났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뒤처리는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예상보다 빨리 참사의 막이 내려져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두 참사가 본질적으로 원인이나 규모가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쌍방의 옥신각신이 오래 끌 수도 있었는데 어떤 사연으로 이렇게 빨리 마무리가 지어졌는가? 문제는 책임의 한계에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에는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나와서 사과하고, 타고난 모성애를 유감없이 발휘하였습니다. 대통령이 느긋하게 대처했으면 유병언이 도망을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문제를 풀어나가기가 오히려 수월했을 것입니다. “살인‧강도 유병언을 잡아라!”로 불호령이 사태를 더욱 어지럽게 만들었고,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전체의 불상사가 되었습니다.

대통령이 나서선 안 될 경우가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대한민국이 몽땅 뒤집어 쓸 수는 없습니다. “유병언을 잡아라!”라고 소리 지르기 전에 그 자가 수감되었으면 책임의 한계가 분명했을 텐데! 박 대통령은 질 수 없는 책임을 진다고 나섰던 것입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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