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에는 어디서, 어떤 집에 살아야 하나?
구한말 고종 때 4대문 안 한성 인구가 25만명이었던 것이 ,이호철 작가가 당시 유행어였던 '무작정 상경'을 그린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소설을 썼던 1966년에는 서울인구가 380만명으로 불어 났고 지금은 1천만명 남짓이다.
1960~70년대 끼니도 잇기 힘든 농촌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 들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농촌 처녀들이 식모로, 구로공단에 공녀로, 유흥가로 서울에 진출했고 다음은 농촌 총각들이 고된 농사 일을 버리고 도시에 소위 시쳇말로 3D(difficult, dangerous, dirty)에 취직하면서 도시로 왔고, 드디어 부모들은 소작농을 때려 치우고 가솔하여 서울로 터전을 옮겼다.
서울의 주택 수는 한정되어 있고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집이 제일 큰 문제였다. 사람은 의.식.주(衣食柱) 만 해결되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데, 이 중에서 주택이 가장 돈이 많이 든다.
서울은 4대문을 넘어 요원의 불길같이 퍼져나가 홍수같이 넓어 졌고 따라서 날림 집이 마구잡이로 지어졌다. 그러던 것이 중동건설 붐으로 국내경기가 좋아지고 강남이 개발됨에 따라 1970년대 말 부터 아파트가 우후죽순으로 건축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싸라리 맨이 재테크에 시동을 걸었다. 그 전에도 개발지역의 땅투기로 많은 돈을 번 빨간바지 아줌마가 있었지만 그것은 자본이 있는 사람의 몫이고 소시민은 알면서도 그 대열에 낄 돈이 없었다. 아파트 투자는 따는 사람만 있고 잃는 사람은 없는 윈.읜(Win-Win)게임만 있는 도박장이었다. 소위 제로섬(Zero-Sum)게임이 아니였다.
그래서 강남의 아파트는 분양에 당첨만 되면 밑천 한 푼도 없이 그 자리에서 전매할 수도 있었고,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들의 명의를 빌려 이 짓을 몇 번하면 버젓한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돈되는 아파트를 찾아 이사를 몇번이고 가는 것이다.
80년대 초 시대를 반영하듯 또 하나의 신조어가 생겼는데 '복(福)부인'이란 단어다. 이 과정에서 위장전입 한 번 못해 보거나 아파트 전매 한번 못해 본 서울 시민은 참으로 재테크에 소질이 없거나 주변머리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해서 '부동산 불패'란 신조어가 생겼고 이는 40여 년간 계속되어와 이제 국민 10명 중 6명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러나 세상 이치가 다 그렇듯이 영원 것은 없고 세상은 돌고 돈다. 드디어 철석같이 믿었던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깨진 것이다.
서울 인근의 도로는 점점 좋아지고, 지하철이 끊임없이 도시 밖으로 뚫리고, 주택건설회사는 포화상태가 된 서울을 벗어나 땅값 싼 서울 인접지역에 아파트를 대량으로 건설함에 따라 주택공급은 수요를 초과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삼포 세대(연애.결혼.출산포기)가 늘어나 주택수요는 점차 감소하게 되었다. 2030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에서 1~2인 가구가 52%가 된다는 통계가 있다.
이래서 경제학의 '수요공급의 원칙'이 발생한 것이다. 지금 일부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는 분양가를 밑 돌고 있다. 이만큼 싸다는 얘기다. 지금이야 말로 노년들이 마지막으로 재테크를 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노후를 보낼 주택은, 근방에 의료시설이 있어야 하고, 공기가 좋아야 하고, 등산하기 좋은 산이나 산책하기 좋은 개천이 있어야 하고, 친구들도 가끔 만나야 하니까 지공대사(地空大師)의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집 사람과 가끔 외식을 즐길 수 있는 맛집들이 있어야 하고, 식품을 배달해 주는 마트가 인근에 있어야 한다.
아직도 도심에 집을 가지고 있는 것은 경제용어로 '기회비용'의 손실이다. 기회비용이란 간단히 말해서 '돈을 가진 자가ㅜ특정한 선택을 하였기 때문에 포기한 나머지 선택의 가치를 말하며, 투자한 돈을 은행에 예금했다면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이 이자가 그에게는 기회비용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르지도 않을 서울의 아파트를 그냥 가지고 있느니, 여건 좋은 서울의 인접지역으로 이사가서 남은 돈으로 예금을 하면 그 이자만큼 수입이 생긴다는 얘기다. 자식들은 부모 품을 떠나 교육상의 문제도 없고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도 없다면, 왜 노부부가 공기 나쁜 서울에 살아야 하는가에 대하여 심사숙고해 보아야 한다.
단칸방에서 시작한 우리 60.70.80대는 집이 전 재산인 경우가 많으며 집이 마지막 남은 연금이다.
60~80세대에게는 집은 참으로 사연도 많고 그 만큼 애착도 추억도 많다. 아마도 부모가 사준 집에서 신혼생활을 했거나 온 채 전세로 신혼을 시작한 부부는 그리많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대부분의 신혼부부가 단칸방이나 문간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이랬는데 주부들의 활약으로 집 한 채씩을 마련해고 이래서 오늘 날 여성전성시대가 도래했고 늙은 남편들이 기죽어 사는지도 모른다.
이제 노후를 집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해야 한다. 아파트만 있으면 월세를 놓고 더 작은 집이나 서울 인접지역으로 전세 얻어 이사가서 월세수입을 챙길 수도 있다. 주택연금을 받아 노후생활비로 쓸 수 있고 그리고 힘이 들어 밥하기 귀찮아지고 청소하기 힘들면 집을 팔고 실버타운으로 가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일본은 고령화 대책으로 노인들이 서로를 돌보는 복지 공동체를 만들고 있으며, 미국이나 독일 등은 이미 노인들의 공동체생활 주거가 많이 보급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시설 좋은 실버타운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실버타운이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선진국처럼 같은 주거공간에서 본인 소유 아파트에 살며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곳에서 남은 세월을 즐기며 좋은 친구 만나 대화를 나누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적당한 운동도 하면, 마지막 남은 길이 편안하고 즐거울 것이다.
淸閑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 김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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