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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하고 싶은 말 한마디-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6. 4. 12. 12:04
◆
2015/06/19(금) -
꼭 하고 싶은 말 한마디
- (2606)
강단이나 교단이나 기타 장소에서 내 강의나 강연이나 설교를 들은 사람이 족히 30만은 될 것입니다. 방송매체를 통해 내가 한 말을 들은 사람들은 더 많을 겁니다. 그러나 막상 “제자가 몇이나 됩니까?”라고 물으면 대답하기가 곤란합니다. 몇 되지 않기 때문에!
극소수의 제자들이 내게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들은 나와 가까이 있기를 바라고, 내 말을 듣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90 노인이 되어 더 가르칠 것이 없습니다. “나를 따르라”고 외칠 자신도 없고 자격도 없습니다. 다만 “정직하게 살아라”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그러나 가장 소중한 가르침은 아직도 그들에게 전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모아놓고 그 고귀하고 절실한 선물, 그 말 한다디를 힘차게 던져주고야 나는 갈 겁니다. 물론 내가 만들어낸 말은 아닙니다. 내가 감히 그런 말을 지어낼 수 있겠습니까? 나도 내 스승에게서 배운 말이요 선물로 받은 교훈입니다. 조급한 마음에 우선 털어놓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 이 한마디가 내가 나의 제자들에게 전하는 가장 값있는 선물이라고 하겠습니다. 사람은 한번 죽으면 됩니다. 비겁한 인간은 한평생을 살면서 여러 번 죽습니다. 죽음의 공포에 떨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용감한 사람은 한번만 죽으면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자기가 옳다고 믿는 일에 목숨을 겁니다.
전쟁도 두렵지 않습니다. 나라를 위해 죽을 각오만 단단하면 됩니다. 메르스 같은 전염병도 두렵지 않습니다. 보건당국의 지시대로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겁을 내지는 않습니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만 있으면 됩니다.
옛날에 어떤 지역에 앞으로 9년 흉년이 든다는 소문이 파다하여 백성이 모두 걱정과 근심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잘 것 없는 한 백성이 “나는 걱정 없다”고 외치고 다녔습니다. 그 고을의 원님이 그 소문을 듣고 그 자를 불렀습니다. “이 놈아, 남들이 다 9년 흉년을 걱정하는 이 마당에 네놈은 ‘걱정이 없다’고 한다니 그게 사실인가?” “네, 사실입니다.” “이놈아, 네가 뭘 믿고 하는 황당한 말인고?” 그가 고개를 들고 원님께 이렇게 말했답니다. “원님, 저는 첫해 흉년에 죽겠습니다.”
첫해 흉년에 죽으면 해마다 이어지는 다음 여덟 번의 흉년은 겁내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맥락으로 하여 나는 제자들에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자신 있게 가르칠 수 있습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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