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망지사 목계(望之似 木鷄)- 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5. 2. 22. 22:00

2015/01/10(토) -망지사 목계(望之似 木鷄)- (2446)

 

중국에 ‘닭싸움’이 성행하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임금님이 투계훈련의 명인인 기(紀)모씨에게 닭을 한 마리 부탁하며, 가장 잘 싸우는 닭이 되게 해달라고 당부하였습니다. 성미가 급한 임금님께서는 10일이 되던 날 물었습니다. “이젠 훈련이 다 끝났느냐?” “아직 아니옵니다. 이 닭이 아직은 살기가 등등하옵니다.” 왕은 두 번째, 세 번째 독촉했으나 기 씨는 “아직 아니옵니다.”라는 답으로 일관하였습니다.

드디어 훈련을 시작한 지 40일 되던 날 왕은 네 번째 독촉을 하였습니다. 그 때 닭 훈련의 명인이 대답하였습니다. “이젠 됐습니다. 옆에서 다른 닭이 아무리 울면서 도전해도 끄떡도 않습니다. 얼핏 보면 나무로 깎은 닭(목계)같이 보입니다. 그러나 잘 싸우는 닭들이 이 닭을 보기만 해도 꼬리를 내리고 도망을 칩니다.”

장자(莊子)의 말입니다.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런 때에 청와대를 향해 바른 말을 좀 하셔야죠.”라며 나를 독촉하는 선량한 이웃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얼핏 보기에 나무로 깎은 닭 같은’ 지도자가 필요한 이 때 ‘잔소리’나 잘 하는 노인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정말 믿을 수 있는 능한 지도자가 한 사람만 나타나면 ‘쾌도난마’가 가능하다고 ‘장자’와 더불어 나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