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한 집에 3t 쓰레기가-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5. 2. 15. 21:42

2015/01/07(수) -한 집에 3t 쓰레기가- (2443)

 

10평 쯤 되는 반 지하 월세 방에 80이 다 된 할머니가 혼자 사는데 이 좁은 집에서 쓰레기가 3t이 나왔다면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기초생활 수급자인 이 할머니는 어느 누구도 그 집을 찾아오지 못하게 하여 주민센터의 직원들도 어쩔 수가 없었답니다.

그러나 이들은 이 노인의 마음을 열고자 끈질긴 노력을 한 끝에 이웃 주민들이 작년 10월 말 이틀에 걸쳐 3t에 달하는 쓰레기를 청소해 주는 데 성공했고, 할머니는 ‘저장 강박증’ 환자라, 시립 병원에 2주 동안 입원하고 치료를 받고 퇴원하여 지금은 비교적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읽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장 강박증’이라는 명칭의 병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거니와 ‘정상인’으로 생활하는 우리들도 약간은 그런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수집벽’이라고 하면 그런 고약한 병이라고 여겨지지는 않지만 ‘수집 강박증’이라고 하면 정신병의 일종이라고 생각됩니다.

돈을 벌어서 신사임당의 초상이 있는 5만원으로 바꿔서 비밀창고에 가득히 숨겨두는 사람들도 다 그 병에 시달리는 환자들입니다. ‘집착’도 ‘집념’도 일종의 정신병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들의 삶의 현장에 쌓이고 쌓인 3t의 쓰레기를 청소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