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후회할 것이 뻔한데-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5. 1. 7. 19:30

2014/12/05(금) -후회할 것이 뻔한데- (2410)

 

사람은 후회할 줄 아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다른 어떤 동물도 그럴 줄 모릅니다.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가 뉘우치는 꼴을 보셨습니까? 동물원에 사는 원숭이가 사람처럼 놀면서 그네나 자전거를 잘 타지만, 무슨 짓을 하고도 뉘우치는 일은 없다고 나는 알고 있습니다. 제인 구달 박사의 의견은 나와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사람의 조상이 어린이대공원의 침팬지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진화가 있었다는 사실은 믿습니다. 속도는 느리고 시간도 무척 오래 걸렸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날마다 조금씩 발전하여 오늘에 이르렀고, 우리들의 환경도 이 만큼 좋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반성이 없으면 후회가 없습니다. 옛글에 “하루에 세 번은 반성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주자라는 중국 송대의 대학자는 ‘열 가지 후회’를 열거하며 “제발 후회할 짓은 하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고 흘러가는 것인데, 뒤에 후회하면 무슨 소용 있느냐고 꾸짖었습니다.

좀 심한 말을 한 마디 하겠습니다. 나는 오늘의 한국 정치인들처럼 반성할 줄 모르는 인간들은 지구상에 없다고 확신합니다. 내가 “나는 야당이 집권하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랍니다”라고 하면 그것이 ‘빈 말’인 줄 잘못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이 진담입니다. 야당이 집권하지 못하면 민주주의가 절름발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고전을 면치 못하는 오늘의 여당을 쓰러뜨리려고 흔들기만 하면 여당은 쓰러지지 않고 오히려 국민의 동정을 사게 되고, 야당은 더욱 미움을 사기 때문에 정권교체가 불가능하게 됩니다. 그걸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오늘의 야당이 전혀 반성하지 않고 계속 여당과 대통령을 못살게 굴면 유권자인 국민은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침체가 몽땅 야당 때문이라고 ‘잘못’ 알고 여당이 내세운 후보를 지지하게 마련입니다.

후회하게 될 것이 뻔한 짓을 왜 되풀이합니까?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