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모음

내 삶의 날개

월명실 2014. 11. 29. 16:31



내 삶의 날개


     이 시간이면 깨어있는 사람보다

     아직  따뜻한 이불 속에서

     단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 더욱 많을 거에요.

     그러나 당신은 이미 집을 나서

     살을 에듯 차가운 새벽 공기에 몸을 맡기고 있겠지요.

     그리고는 밤 12시 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드는 당신.

 

     이렇게 열심히 뛰는데도

     늘 힘겹기만 한 우리 생활이

     당신을 많이 지치게 하고 있네요

     내가 여느 아내들처럼 건장한 여자였다면

     당신의 그 힘겨운 짐을 조금이라도 나누어질 수 있으련만,

     평생 휠체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나는 그럴 수가 없기에

     너무나 안타까워 자꾸 서러워집니다.

 

     자동차에다 건어물을 싣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물건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애쓰는 당신.

     그런 당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물 한 방울, 전기 한 등.

     10원이라도 아껴 쓰는 것이 전부라는

     현실이 너무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불편한 나의 다리가 되어주고,

     두 아이들에게는

     나의 몫인 엄마의 역할까지 해야하고,

     16년 동안이나 당뇨로 병석에 누워 계신

     친정어머니까지 모셔야 하는 당신.......

     긴 병에 효자 없다는데

     어머니께 딸인 나보다 더 잘하는 당신이지요.

     이런 당신께

     자꾸 어리광이 늘어가시는 어머니를 보면

     높은 연세 탓이라 생각을 하면서도

     자꾸 속이 상하고 당신에게 너무너무

     미안해 남 모르게

     가슴으로 눈물을 흘릴 때가 많답니다.

 

     여보,

     나는 가끔 깊은 밤잠에서 깨어

     지친 모습으로 깊이 잠들어 있는 당신을

     물끄러미 지켜보며 생각합니다.

     '가엾은 사람,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한 평생 걷지 못하는 아내와 힘겹게 살아야 할까? 라구요

     그런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게 서러움이 복받치지만

     자고 있는 당신에게 혹 들킬까 봐

     꾸역꾸역 목구멍이 아프도록 서러움을 삼키곤 합니다.

 

     비를 좋아하는 나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가끔 당신을 따라 나섰지요.

     하루  종일 빗속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힘든 줄도 모르게 되지요.

     그런데 며칠 전 겨울비가 제법 많이 내리던 날.

     거리에서 마침 그곳을 지나던 우리 부부 나이 정도의 남녀가

     우산 하나를 함께 쓰고 가는 모습을 보았어요.

     조금이라도 비를 덜 맞게 하려고

     우산을 자꾸 밀어내는 그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당신이 비를 몽땅 맞으며

     물건 파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어요.

 

     그때 내가 느꼈던 아픔과 슬픔은

     어떤 글귀로도 표현 할 수 없을 만

     나의 가슴을 아리게 했어요.

     그때 나는 다시는 비 내리는 날

     당신을 따라 나서지 않겠노라

     나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답니다.

 

     그리고 여보,

     지난 결혼 10주년 기념일에

     당신은 결혼 때 패물 한가지도 못해줬다며

     당신이 오래도록 잡비를 아껴 모은 돈으로

     나에게 조그마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주었지요.

     그때 내가 너무도 기뻐했는데

     그 반지를 얼마 못 가서 생활이 너무 힘들어

     다시 팔아야 했을 때,

     처음으로 당신이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보고는 너무도

     가슴이 아팠어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당신은

     그때 일을 마음 아파하는데,

     그러지 말아요.

     그까짓 반지 없으면 어때요.

     이미 그 반지는

     내 가슴속에 영원히 퇴색되지 않게 새겨놓았으니

     나는 그것으로도 충분해요.

 

     3년 전 당신은

     8시간에 걸쳐 신경수술을 받아야 했었지요.

     그때 마취에서 깨어나는 당신에게

     간호사가 휠체어에 앉아 있는

     나를 가리키며 누군지 알겠느냐고 물었을 때

     당신은 또렷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어요.

     "그럼요, 내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도

     사랑할 사람인데요"라고

     그렇게 말하는 당신에게

     나는 바보처럼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한없이 눈물만 떨구었어요.

     그때 간호사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분이세요"라고

 

     그래요, 여보.

     나는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예요.

     건강하지는 못하지만

     당신이 늘 나의 곁에 있기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요.

     어린 시절 가난과 장애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했기에

     나는 지금 이 나이에 늘 소원했던

     공부를 시작했어요.

     적지 않은 나이에

     초등학교 과정을 공부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야학까지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어머님 저녁 챙겨주고

     집안 청소까지 깨끗이 해 놓고

     또다시 학교가 끝날 시간에 맞춰

     나를 데리러 와주는 당신.

     난 그런 당신에 대한 고마움의 보답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여보,

     나 정말 열심히 공부해

     늘 누군가의 도움만 받는 사람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거예요.

     당신이 있기에 정말 행복합니다.

     당신은 내 삶의 바로 그 기둥입니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고

     늘 감사의 두 손을 모으며 살 겁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가.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

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아니하

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성경 고린도전서 13 : 4-6



Sheila Ryan - Evening Ball (길벗'로맨스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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