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명실
홈
태그
방명록
우리 이야기
우리말‧우리글을 누가 지키나?- 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4. 11. 1. 18:36
◆
2014/10/14(화)
-우리말‧우리글을 누가 지키나?-
(2358)
말을 지키고 글을 지키는 일은 한 나라의 바다를 지키고 땅을 지키는 일 못지않게 소중한 일입니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에 모여 앉아서 쌍소리나 욕지거리를 주고받는다면 이것은 인민군의 남침 못지않게 중대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말에 존칭이 너무 많아 비민주적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의 표현이 다양한 것은 우리가 그 만큼 문화민족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영어에서는, 고어나 중세어가 아니라면 ‘you’ 한 마디로 통하지만 우리말은 그렇지 않습니다. ‘너’ ‘당신’ ‘그대’ 모두 쓰이는 경우가 다릅니다. ‘나’라고 해야 할 경우가 있고 ‘저’라고 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육두문자를 서슴지 않고 내뱉는 국회의원들은 국가가 재판에 회부해야 마땅합니다.
일제하인 1942년 10월 왜놈들이 꾸민 ‘조선어학회 사건’은 한글을 말살하기 위한 놈들의 음모였습니다. 그 때 홍원 감옥에 구금되었던 이윤재‧최현배‧이희승‧한징‧정인승‧김윤경‧김선기 등 13명은 악형에 시달렸고, 이윤재‧한징은 옥사하였고 다른 분들은 해방 덕분에 출옥하였습니다.
북의 기관지 <노동신문>은 <로동신문>으로 표기됩니다. 김정은의 애인은 ‘이설주’가 아니라 ‘리설주’입니다. 한 나라의 한 가지 ‘성’에 두 가지 발음이나 표기가 허용되면 ‘나라말씀’이 혼란에 빠집니다.
옛날 연희전문학교에 정인보와 최현배 두 분이 교수로 계셨습니다. 정인보는 한학의 대가이셨고 최현배는 한글에 목숨을 걸고 사신 분이였습니다. ‘李舜臣’의 한글 표기 때문에 오랜 논쟁이 있었습니다. 정인보는 ‘리순신’을 옳다 하였고 최현배는 ‘이순신’을 고집했습니다. 정인보가 최현배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李舜臣’은 ‘이순신’으로만 표기하게 되었고, 그래서 한글 맞춤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오늘 ‘노태우’가 ‘로태우’가 되고 ‘유진산’이 ‘류진산’으로 표기되는 어지러운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조고약(趙膏藥)이 ‘됴고약’으로 되돌아가고 조선(朝鮮)이 ‘됴선’으로 둔갑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말과 우리의 글은 나라가 나서서 지켜줘야 합니다. 먼저 우리가 나서서 지켜야 한다고 나는 믿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월명실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
우리 이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관론을 경계한다- 김동길 교수
(0)
2014.11.02
재미있는 시사만평
(0)
2014.11.01
원두커피 잘 마시면 약된다
(0)
2014.11.01
왜 세월호는 침몰했는가?- 김동길 교수
(0)
2014.10.31
우리사회의 최대의 고질은?- 김동길 교수
(0)
2014.10.30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