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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타파가 급선무다-
월명실
2014. 10. 26. 22:51
◆
2014/10/07(화)
-미신타파가 급선무다-
(2351)
나는 생리적으로 미신을 싫어합니다. 그리고 되도록 미신을 멀리하려고 날마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는 평생에 복권을 단 한 장도 사본 적이 없습니다. 내가 사는 복권이 당첨되리라고 믿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나의 아버님은 정초에 <토정비결>을 보시는 일이 없었고, 평생 점쟁이를 멀리 하셨습니다. 시골의 면장 노릇을 하고 계실 때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집에서 키우는 소 한 마리가 여러 날 여물을 먹지 않아 머슴들은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소가 귀신이 들린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파다했다고 합니다. 굿을 해야 귀신이 물러난다고 일러준 동네 노인들도 있었답니다.
아버님은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시고 몽둥이를 들고 그 ‘귀신’들린 소를 두들겨 팼답니다. “귀신에게 시달려 죽을 거라면 내 몽둥이에 맞아 죽어라”고 하시며 사정없이 그 소를 패셨답니다. 동물 애호가들은 “지나치다”고 비난할지 모르지만 그럴 수밖에 없으셨던 나의 아버님의 격한 심정을 나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매를 호되게 맞은 그 소가 다음 날 아침부터 여물을 먹기 시작했다는데 아마도 ‘귀신들’이 아버님의 매질에 놀라 도망을 갔고 그 소는 건강을 되찾은 것이라고 밖에는 풀이가 안 됩니다. 나는 가끔 그 장면을 되새기며 그 아버님의 과감한 미신타파의 기백에 경의를 표합니다.
풍수지리에 과학적인 일면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양지바르고 통풍 잘되는 땅에 집을 짓고 사는 것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망자들의 유택이 그래야만 후손들이 잘된다는 말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부자 되는 지름길! 당신이 사용하는 숫자에 답이 있다”는 내용의 책이 나와서 잘 팔리고 있다는 신문 광고를 보고 약간의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축구시합이 시작되기 직전에 “이번 시합에서 우리 팀이 꼭 이기게 해주소서”라고 기도하는 감독의 심정을 이해는 하지만 용납할 수는 없습니다. 종교가 그래선 안 됩니다. 아들이나 딸이 지옥 같은 대학입시에 임할 때, “하나님, 내 아이가 꼭 합격하게 해주세요”라고 비는 어머니를 나는 미워합니다. 그것이 종교가 아니기 때문에!
국민이 미신을 타파한 그만큼 우리 사회는 선진사회가 되는 겁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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