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벚꽃기행
<!--[if !supportEmptyParas]--> <!--[endif]-->
남녘의 벚꽃 소식이 일산에도 도착했다. 개나리 진달래와 함께 봄의 향기를 바람에 실어 벚꽃이 온 천지에 자랑을 한다. 이 향기에 도취한 사람들은 주말이면 차량으로 꽃 찾아 길을 떠난다. 벚꽃으로 유명세를 치른 진해 군항제와 여의도 윤중로는 나는 부럽지 않다. 이제 전국 도로의 가로수가 벚꽃나무이기에 웬만한 국도는 봄꽃축제를 화려하게하기 때문이다. 나도 여장을 구비하여 벚꽃 찾아 떠나본다. 대전시 동구 주촌동을 지나는 대청호 이설도로인 지방도를 따라간다. 대전IC를 빠져나와 경부고속도로 옛날 길치터널 밑을 통과 하여 회남면 주촌동 방향으로 차를 운전하다보면 도로 양옆 벚꽃나무로 빼곡히 들어찬 꽃송이 다발들이 가지마다 탐스럽게 피어있는 가로수를 만난다. 그 하얀 벚꽃이 만개되어 이 길을 달리는 차량들은 새하얀 벚꽃터널을 가끔 통과하는 영광을 맛볼 수 있다. 이 길을 달리는 사람들 누구라도 당알당알 매달린 하얀 꽃송이들이 바람에 춤추는 가지마다 황홀경에 묻히고 바람에 날리는 꽃잎에 넋을 잃는다. 이 길을 더 이상 지나기가 서운하다면 길가에 주차하고 하늘을 향해 벚꽃을 바라보라 그 자리가 바로 낙원임을 깨닫는다.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가! 벌 나비가 잠에서 깨기도 전에 벚꽃은 부는 바람과 속삭이며 가지마다 너울너울 춤을 춘다. 바람과 찐한 사랑에 빠져 부는 바람을 따라 가려다 바람 속에 흩날리며 이별의 춤을 춘다. 16Km 거리를 황홀경속에 아쉽게도 종착지점 목적지에 다다랐다. 이곳 숙소에 여장을 풀고 잠시 숨을 고르고 앞에 보이는 대청호와 뒷산의 나무들과 심호흡 함께하며 주변의 정경을 감상한다. 밤하늘이 어두워지자 참나무 장작에 모닥불을 피워 잃어버린 젊음의 낭만을 불러본다.
참나무 숯에 등심을 구어 소곡주 한잔 마시고 장작불이 하늘을 찌르면 와인을 곁들인다. 섹스폰이 밤공기를 가르면 푸른 하늘의 별들도 시샘을 한다. 한순간의 장면이 추억에 저장되는 순간이다.
방안의 드럼이 겯들여 같이 화음을 아루지 못함이 아쉽다.
술 한잔에 이백의 우인회숙(友人會宿)이 생각난다. 벗들이 함께 묵는다는 뜻으로 친구와 함께 하룻밤을 묵으며 밝은 달빛아래 밤새워 술 마신 일을 이백이 시로 읊은 시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滌蕩千古愁 천년의 수고로움을 깨끗이 씻고
留連百壺飮 머물러 앉아 백 병의 술을 마신다.
良宵宜且談 좋은 밤 마땅히 이야기하며
皓月未能寢 밝은 달빛에 차마 잠들지 못하겠구나.
醉來卧空山 취기가 찾아와 빈 산에 누우니
天地卽衾枕 천지가 곧 이불이요 베게로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자연인이며 낭만가인 이백의 무욕의 호방을 엿볼 수 있다. 주천동 하늘아래 이백의 호기를 생각하며 불꽃에 달궈진 얼굴 들어 한 곡조 해보려 해도 술기운에 지친 목소리가 나오질 안음이 아쉽다. 바람 따라 흘러가는 섹스폰의 구성진 음률이 술을 땡기고 안주를 청하는 가운데 울어라 열풍아 밤이 새도록 노래 소리 깊어가며 장작불도 식어간다. 잠자리 청하는 방안에 환갑 넘은 여사님의 드럼 치는 손놀림이 숙련가답다. 인간의 삶에서는 시간이란 하나의 점이요 존재하는 실체란 흐름이요 자각이란 희미한 미광이요 명상록의 첫대목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말이 뜻하는 철학의 개념은 오늘의 벚꽃의 낭만에 비하면 인생철학적 하수다. 아직도 상춘곡에 흥분되는 이 마음이 나이를 넘어섰다. 일정한 박자의 율동이 맥박의 율동과 맞아떨어지면 신명나는 흥이 솟는 것 같다. 자연은 봄에 아름다움을 만물에 선사한다. 인생은 자연과 더불어 성숙하고 자연에 감사하고 자연 속으로 사라진다.
이제 고요한 밤이 찾아와 소등하고 눈감고 숨고르기에 빠졌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4월9일 토요일 장영산 자락을 물소리 들으며 금천계곡 따라 산보했다. 이산의 위치는 옥천군 군북면 소재다. 군에서 설치한 데크길이 인상적이고 개천을 횡단하는 우람한 철제다리가 산세에 걸맞지 않다. 길가에 이따금 이 고장 출신 정지용시인의 시를 팻말에 소개하여 걸어놓았다. 정지용시인의 수작한편을 소개하면 장령산이란 제목의 시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옥천골 내로라하는 바위모여
강단의 병풍 둘렀다.
산길에 이름 모를 초목들
돌 틈에 아기자기 빗장 지르고
해맑은 햇살 처녀 샘에 내려앉으면
잠깨어 조잘대는 금천계곡이 바로여기
기분 좋아 솔가지, 활 잡목 춤추는 날
푸른 바람 달려와 잔치 벌린다.
부모형제, 고향친구, 다정한 여인
들밥 앞에 둘러앉아 못 다한 회포를 풀 땐
부잣집 이바지음식 부럽지 않다.
아니, 저 반가운 사투리 좀 들어보게
장령사 뻐꾹기 온종일 뻐꾹 뻐어꾹
지나던 뭉게구름 여기 좋다고
은근슬쩍 머물다간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고향땅 장령산에 추억은 깊어지고 어릴 적 들어오던 말투가 정겹다. 그 옛날 부모형제 소꼽친구들 사랑해주신 동네 아주머니와 누나들 새참에 둘러앉아 항상 농사걱정이 화두다.
아! 이 산골짜기 뻐꾹기 소리 지금도 귀에 들린다. 푸른 하늘가 흰 뭉게구름 미적거리며 떠나길 싫어한다. 내 고을 어릴 적 장령산 꿈엔들 잊을까. 정지용시인의 향수가 묻어난다.
시인의 생존 시에 오늘과 같은 벚꽃이 만개한 정경을 맛보았다면 신령스런 영감으로 자연의 비감을 토했을 것이다.
벚꽃 피는 봄날의 황홀경을 시상으로 표현하는 것은 이에 걸 맞는 단어 창조와 개발이 되지 않아 그 어색함만이 들어난다.
오죽하면 두보와 이백이 기막힌 정경 앞에 붓을 꺽었을까!
<!--[if !supportEmptyParas]--> <!--[endif]-->
점심을 해결하고 처가로 향한다. 조선반도에 봄은 신선이 다녀가는 계절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의 극치는 생동하는 봄기운에 꽃이 만개하고 열매 맺어 자연의 순환을 알게 하는 과정의 연출이다. 이 엄숙한 정경은 어느 곳에나 있는 게 아니다. 햇살은 산자락에 얼비치고 풍광은 풀밭위에 떠 있다. 벚꽃의 아름다움이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가로수 벚꽃그늘이 봄에도 시원하다. 아! 이제 돌아가 내 인생의 아름다움을 생각해야지! 자연도 감동의 아름다움을 연출하는데 인간이 되어 아름다운 삶을 마다해서 되겠는가? 자연의 신이시어 감사합니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2016년 4월 11일
<!--[if !supportEmptyParas]--> <!--[endif]-->
율 천 서
<!--[if !supportEmptyParas]--> <!--[endif]-->
'식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미꽃 (0) | 2016.05.06 |
---|---|
雜木 盆栽 (0) | 2016.04.23 |
2016 광양매화축제 (0) | 2016.03.25 |
天然 記念物 (소나무) (0) | 2016.03.25 |
새로운 원예기법-Pooktre라고 들어보셨나요? (0) | 2016.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