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새 날이 새로우려면-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6. 1. 7. 23:51

 

2016/01/01(금) -새 날이 새로우려면- (2802)

 

어제는 저물고 오늘이 밝아옵니다. “새해에는 새롭게”라는 생각과 말은 새해를 맞이하는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있고 또 그 입가에 감돌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좀 더 새로운 사람이 되자”라는 간절한 염원이 새해의 모든 인사와 덕담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새해에는’으로 시작되는 모든 기념사와 축사는 어김없이 “새로워집시다”라는 권면과 격려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이란 쉽게 새로워질 수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스스로 100% 만족한 상태에서 새 날을 맞을 수 있겠습니까. “새해에는 묵은 해처럼만 그렇게 살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는 자가 있다면 어느 누구도 그를 존경하지 않을 겁니다. 멍텅구리, 바보와 친구되기를 바라는 자는 성인(聖人)이 아니면 ‘사기꾼’입니다.

“지어 먹은 마음은 사흘 밖에 못 간다”는 속담을 요약하여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고 하는 겁니다. 많은 선량한 사람들의 일기장은 1일, 2일, 3일까지만 적혀 있고 나머지는 모두 백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매일 일기를 쓴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순신(1545-1598)은 <난중일기(亂中日記)>를 남겼고, 스위스 사람 Amiel(1821-1881)의 <일기>(Journal)는 전 세계 모든 지성인의 벗이 되었고, Anne Frank라는 유태인 소녀가 나치의 만행을 피하여 숨어서 살면서 적은 애절한 <일기>가 많은 유럽의 지성인들을 울렸습니다. 그런 일기나 일지를 꾸준히 쓸 수만 있다면 남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말이 쉽지 쉬운 일은 아닌상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래서 정월 초하루가 되어도 감히 ‘새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새해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사라는 것이 여지없이 ‘새 사람’이 되려는 인간의 결심을 흔들어 놓습니다. “너는 안 돼. 어제까지 그렇게 살다가 오늘 왜 갑자기 이러는 건가? 해도 안 될 것이 뻔한데!” 이런 속삭임이 어디선가 들려옵니다. 그래서 포기하고 마는 겁니다.

새해에는 그런 Mephistopheles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말아야 합니다. Faust처럼 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John Milton이 < Paradise Lost >(실낙원)에서 언급한 Satan이 우리 속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사탄아 물러가라”(Apage Satana)라고 가끔 외칠 수 있어야 사람이 되는 겁니다.

새 날이 새로우려면 나 자신이 새로워지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Mephistopheles를 향해 ‘No’하고, Satan을 향해 “물러가라”고 외칠 수 있어야 새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직 감행하여라!”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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