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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 꼭대기에서 저녁을-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5. 4. 12. 20:32
◆
2015/02/09(월)
-평창동 꼭대기에서 저녁을-
(2476)
어제가 이번 겨울 중 가장 추운 날이었습니다. 나는 맹산이라는 평안도 산골에 태어났고, 겨울이면 영하 20도가 여러 날 계속되는 대동 강변에서 자랐기 때문에 추위에 대하여 겁이 없습니다. 어제 저녁에도 내의는 안 입고, 외투도 없이 평창동에 높이 자리 잡은 서울대학교의 김형국 교수 댁에 김혜선 교수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이인호 교수와 함께 떠났는데 어제, 저녁은 정말 추웠습니다.
초대된 손님으로는 우리 세 사람 외에 강신옥 변호사와 젊은 하프시코드 교수가 한 사람 더 있었을 뿐, 매우 조촐한 모임이었습니다. 무슨 요리를 한다는 것은 오래 전에 예고된 바 있었는데, 마산이 교향인 이 댁 안주인의 자랑은 ‘대구요리’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대구요리’라고 하면 ‘대구탕’ 하나밖에 모르던 나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대구를 가지고 만드는 요리의 가짓수가 10을 넘는 것 같았습니다. ‘대구알’ ‘대구껍질’도 다 훌륭한 요리의 품목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김 교수 부인은 ‘암’이라는 무서운 병과 싸워 이기고 나서, 20여 년 전에 공기가 맑기로 소문난 이 높은 곳에 집을 짓고, 약간 ‘속세에 물이 든’ 스님같이 생활해 왔다는데, 머리에 염색을 하지 않아 완전한 은발인 이 집 여주인의 모습은 고귀한 유럽의 백작부인을 연상케 하였습니다. “왜 이 깊은 산중에 사시나요?”라는 질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李白(이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이라는 시 한 수를 속으로 읊조렸습니다.
問余何事棲碧山 [문여하사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 [도화유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어찌 이 깊은 산중에 사시나요?” 내게 물으니
나 대답 않고 빙그레 웃어 내 마음은 한가해
복사꽃잎 떨어져 물 위에 흘러흘러 간 곳이 묘연한데
여기가 별천지라, 인간 세상 아니라네
밤 열시 가까이 그 집을 떠났습니다. 그 집 앞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차에 오를 때 김 교수 내외 앞날에 더욱 큰 성취와 행복이 있기를 기원하였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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