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모음

말 않고 그저 가려오

월명실 2015. 3. 16. 19:31

      


 

말 않고 그저 가려오

 

말보다 아름다운 것으로 내 창을 두드려놓고
무거운 침묵 속에 괴로워 허덕이는
인습의 약한 아들을 내 보건만
생명이 다하는 저 언덕까지 깨지 못할 꿈이라기
나는 못 본 체 그저 가려오

호젓한 산길 외롭게 떨며 온 나그네
아늑한 동산에 들어 쉬라 하니
이 몸이 찢겨 피 흐르기로
그 길이 험하다 사양했으리

'생'의 고적한 거리서 그대 날 불렀건만

내 다리 떨렸음은
땅 우의 가시밭도 연옥의 불길도 다 아니었소

말없이 희생될 순한 양 한 마리
다만 그것뿐이었소

위대한 아픔과 참음이 그늘지는 곳
영원한 생명이 깃들일 수 있으니
그대가 낳아준 푸른 가락 고은 실로
내 꿈길에 수놓아가며 나는 말 않고 그저 가오
못 본 체 그냥 가려오

 

= 노천명 시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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