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42년사

낙도를 바꾼 어린이의 편지 한장

월명실 2014. 12. 12. 20:34

 

지난해 연말 KT 전남본부에 한 통의 손편지가 도착했다.

전남 신안군 임자도의 한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이 쓴 편지였다. 편지에는 ‘어린이날 우리 학교에서 했던 스마트폰 체험교육이 참 재미있었어요. 우리도 맨날 스마트기기로 공부했으면 좋겠어요. 아이패드 선생님, 또 와주시면 안될까요?’라는 순수한 바람이 꾹꾹 눌러 쓰여 있었다.

편지 주인공인 김희주 학생은 어머니 고향인 필리핀에 가게 되면 외갓집 식구들과 영어로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편지를 띄웠다. 가끔 접하는 스마트폰 영어교육에 폭 빠져 있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11세 소녀가 띄운 손편지 한 통은 공룡 통신기업 KT의 심장을 울렸다. 낙도(落島)와 산간지역 등 오지에 간헐적인 스마트폰 체험교육을 펴고 있던 이 회사는 ‘이게 아니구나’ 느꼈다.

KT는 임자도에 최신 인터넷 인프라를 깔아 육지와의 ‘가상 다리(virtual bridge)’를 놓는 기가아일랜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섬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학생들은 교실에 앉아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나눴고, 사물인터넷을 통해 로봇 만들기 삼매경에 빠졌다. 보건소에는 육지와 연결된 첨단 의료시스템이 도입됐고,

노인들이 꾸려가는 섬 농사에 날씨를 파악해 재배를 돕는 첨단 IT장비가 들어왔다.

낙도에서의 기적은 휴전선 북쪽에까지 씨앗을 뿌렸다. 비무장지대 안에 위치한 대성동에 기가아일랜드 2호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이게 바로 진정한 기업의 공유가치창출(CSV)이다. 바다와 휴전선 때문에 세상과 막혀 있던 사람들에게 길을 터주는 것, 그건 기업의 책임이고 자산이고 신시장이다.

이선주 KT 사회공헌 상무는 “어차피 예산은 한정돼 있어요. 우리가 가장 잘하는 걸로 가장 필요한 분들께 나눠드리는 게 중요하죠”라고 말한다. 현금을 수조 원씩 쌓아놓고 자기만 어렵다는 기업, 죽을 때까지 매월 400만원씩 연금을 타먹겠다는 고위공무원, 모든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씩 나눠주겠다며 표를 구걸하는 정치인들이 부끄러워진다 / 흐르는 동요는 바닷가에서/장수철 시/이계석 곡/노래 김치경

 



[산업부 = 전범주 기자 bomju@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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