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모음

다시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면

월명실 2014. 11. 27. 19:57




다시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면

 

동희씨는 오늘도 9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왔다.

먼저 퇴근한 남편 현규 씨가 아내를 맞아주었다."요즘 회사 일

이 많은가 봐," "네. 좀......," 동희 씨는 남편의 얼굴을 보기

미안했다.하지만 다른 남자에게 자꾸만 기우는 마음을 자신

어쩔 수가 없었다.

 

동희 씨와 현규 씨는 동갑내기 부부다.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동희 씨는 복학생인 현규 씨를 만나 결혼을 하

게 됐다.대학을 마친 현규 씨는 대학원에 진학했고,취업을 하기

까지 5년 동안 동희 씨 혼자 직장에 다니며 생계를 꾸려나갔다.

 

육아에,살림에,직장일에,동희 씨는 많이 힘들었고,그때

마다 동희 씨를 챙겨주던 직장동료가 있었다.동희 씨는 그런 동

료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부

터 그 직장 동료에게 이성으로서의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건 아니야' 하며 고개를 내저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에게 호감이 생겼다.같은 직장에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잘 통했고,서로의 고충을 이해해 주고 서로를 위로해

줄 수 있었다.두 사람은 퇴근 뒤에 만나 저녁식사도 같이 하고,

카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기도 했다.그 모습은 누가 봐

도 데이트를 하는 연인이었다.그렇게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다.

 

동희 씨는 아이가 많이 아파 병원에 있다는 언니의 전화를

받았다.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가니 아이는몹시 아파하며 덜

떨고 있었다.어린 아들의 고통스런 모습을 보는 순간 동희 씨는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다 나 때문이야,이 엄마가 한눈을 팔아서 너를 돌보지

못했구나,엄마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 봐.이제 제자리로 돌아올

께.' 동희 씨는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그리고 바로 다음날

직장 동료인 그에게 자신의 심정을 솔직히 털어놓았다.좋은 감정

가졌지만 이젠 아내와 엄마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고...

그리고 나서 동희 씨는 회사를 옮길 준비를 서둘렀다.

 

 

그해 12월 31일이 되었다.동희 씨는 새롭게 모든 것을

시작하고 싶었다."여보,우리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러 종로로 나

가보자.""그러고 싶어?" "응, 올해는 웬지 나가보고 싶어."좋아,"

 

드디어 자정!!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새해를 알렸고 거리에 모인 사람들은 기쁨에 들떠 환호했다.

동희 씨는 남편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며 인사를 건넸다.

남편은 새해 인사 대신 이렇게 속삭였다.

 

"다시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면..그래도 당신을 사랑하겠어."

그말을 듣는 순간 동희 씨의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동희 씨는 그동안의 일을 솔직히 말하고 용서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보, 할 말이 있어요." 순간 현규 씨는,

"아무 말도 하지 마.그냥 묻어 둬"하며 동희 씨를 안어주었다.

동희 씨는 남편의 품속에 파묻혀서 한참을 울었다.남편은 아

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아내가 눈물을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이 글속에 동희 씨의 남편처럼 아내를 이해하고 보듬어 안으

려는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지 않을까.

사랑이라는 말속에는 이해나 희생정신이 포함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사랑의 이름이라는 욕망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해와 희생'이 담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