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대학이 하나밖에 없는 나라 -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4. 11. 24. 11:03

2014/11/03(월) - 대학이 하나밖에 없는 나라 - (2378)

 

5천만 인구를 가진 대한민국에 대학이 하나뿐이라고 하면 놀랄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교육열에 있어서는 세계의 으뜸이라는 한국에서 이게 말이나 됩니까? 물론 대학이라고 이름이 붙은 고등교육기관은 200이 넘은 지가 오래 되는데 왜 그런 말을 하는가,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내 말이 사실입니다.

조카 하나가 외국어 고등학교에 다니는데 아이가 똑똑하고 부지런해서 공부를 곧잘 합니다. 이 애의 엄마는 이화여자대학교출신이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그 딸을 자기의 모교에 입학시킬 생각을 갖고 있고 아이도 또한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의 담임선생은 좀 생각이 다릅니다.

학교에 갔더니 담임은 내 동생을 향해 “서울대학에 보내셔야지요. 왜 이화대학엘 보내려고 하십니까?”라고 하여 딸의 학교를 방문했던 애 엄마는 어지간히 당황했다고 들었습니다. 왜 이 외국어 고등학교는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나라의 교육이 잘못돼가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대통령의 자리가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국가를 대표하는 가장 높은 자리입니다. 초대대통령 이승만은 미국 유학생이고 윤보선은 영국 유학생이었습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는 모두 육사 출신입니다.

10·26 뒤에 잠시 청와대의 주인노릇을 한 최규하는 일본에 있는 고등사범 출신이었고 김영삼은 한번도 “내가 서울대학교 철학과 출신이다”라고 자랑한 적은 없습니다. 그는 아마도 6·25 때 ‘전시연합대학’을 졸업했으니 대통령이 됐지, 일제 때 경성제국대학이나 오늘의 서울대학을 나왔으면 청와대 근처에도 못 갔을 것입니다.

김대중·노무현은 대학을 다녀보지도 못했고 독학으로 유식자가 되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명박은 고려대학 출신이고 박근혜는 서강대학 출신입니다. 대통령이 되는 것이 반드시 훌륭한 일은 아니지만 서울대학 출신이 청와대의 주인이 될 확률은 ‘0’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대한민국 근대화에 크게 이바지한 사람들은 ‘상아탑(象牙塔)’아닌 ‘우골탑(牛骨塔)’에 다닌 농촌 출신들입니다. 나는 고등학교 담임교사들이 아이들을 서울대학에 보내려고 ‘혈투’를 벌이는 일이 빨리 없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