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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을 생각하면-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4. 11. 15. 22:35
◆
2014/10/28(화)
-사도 바울을 생각하면-
(2372)
사는 일에 희망이 생기고 용기가 솟아납니다. 그를 생각만 해도! 나의 스승이신 함석헌 선생님께서, “내가 오늘 이만한 삶을 사는 것이 사도 바울의 기도와 무관하지 않겠지”라고 하신 그 말씀은 대학생이던 내 마음에 큰 충격이었습니다.
나는 6·25 사변이 터진 1950년 10월 초순, 경찰 경비정을 얻어 타고 부산 영도에서 인천을 향해 가다가 밤중에 폭우와 풍랑을 만나 다 죽게 되었던 일이 있습니다. 먹은 건 다 토하고 경비정에 밀려드는 물을 푸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사람이 살다가 이렇게 죽는 것이로구나”하는 절망감에 사로잡히기도 하였습니다.
죽을 것이 뻔 하기 때문에 나는 좁다란 갑판 위에 기어 올라가 무엇인가를 붙잡고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면서 내가 믿는 하나님께 마지막 기도를 한 마디 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당시 스물 세 살이던 나는, 세 번이나 파선을 경험한 사도 바울을 생각하였습니다. 그는 바다에 빠져 1주야를 물의 깊음에서 헤매인 일이 있다는 고백도 하였습니다.
갑판 위에서의 나의 기도는 매우 간단하였습니다. “하나님, 제게 무슨 사명이 있으면 저를 살려주셔야죠.” 비를 맞으며 선실로 내려 와서 계속 물을 펐습니다. 나는 바울의 심정이 되어, “하나님이 나를 살려 주시겠지.” 굳게 믿고 물을 푸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습니다.
눈을 떠보니 새벽이 다 되었는데 비도 멎고 바람도 자고 바다로 잔잔해졌습니다. 9월 15일에 인천상륙을 감행한 유엔군의 군함, 구축함, 순양함 등 대소 선박이 200척이나 모여 있는 인천항에 아침 햇볕이 찬란하게 비치고 있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나는 사도 바울을 살려 주신 그 하나님이 나를 또한 살려주셨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 체험이 있은 뒤에 오늘까지 나는 64년을 덤으로 살았습니다. 바울의 기도가 있어서 내가 살아 있다고 나도 자신 있게 신앙을 고백할 수 있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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