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모음

세월처럼 무서운 건 없다

월명실 2014. 11. 15. 22:34

 

 

세월처럼 무서운 건 없다


결혼을 결심하고
 나에게 주례를 부탁하는 젊은 남녀에게 
“앞으로 50년 동안 꾸준하게 사랑할 수 있겠느냐”고 
묻습니다. 물론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예” 입니다. 
그러나 50년이라는 긴 세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변함없이 사랑하며 건강하게 사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중국 송대의 대학자 주희가 어느 해의 가을을 맞아 이렇게 읊었습니다. 
젊은이 늙기 쉽고 학문 대성하기 어려우니 일분일초도 가볍게 여기지 말라
연못가의 봄풀은 아직도 꿈속인데 계단 앞 오동나무 잎에는 가을바람 분다
세월은 계곡을 흐르는 물 같고 시위를 떠난 화살같이 빨리 달려갑니다. 
세월 앞에 힘 센 사람이 누구입니까?
70년 전에 해방을 맞았습니다. 그 때 나이가 열여덟이었습니다. 
60년 전에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50년 전에는 연세대학교의 교무 처장이었습니다. 
50년 전에는 어머님, 아버님이 다 살아계셨고 
나의 누님도 건강하였습니다. 
50년 전에는 친구 이근섭과 저녁 먹고 나서는 
함께 꼭 산책하였고, 제자 최영순은 건강하고 
공부 잘 하는 대학생이었는데, 
나만 두고 다들 떠났습니다. 
“낙엽을 밟으며” 돌아오지 않는 그들을 
나는 이 가을에 그리워합니다. 
산다는 것이 몹시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찰스 램(Charles Lamb)과 함께 이렇게 읊조립니다.
“All, all are gone, old familiar faces”
['모두 모두 갔다 옛날의 그리운 얼굴들']
오늘은 여기 살아있지만 내일은 이곳을 떠날 겁니다. 
그래서 나는 내 가까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오늘 최선을 다해 사랑하리라 마음먹고 있습니다. 
세월이 이렇게 빠르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정말 무서운 건 세월입니다.
김동길 컬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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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램의 詩 '그리운 옛얼굴들' 원문을 번역해 올립니다   
 
The Old Familiar Faces  
그리운 옛얼굴들
 I have had playmates, I have had companions, 
같이 놀던 친구들도 있었고 동무들도 있었지.
 In my days of childhood, in my joyful school-days
내 어린시절에, 내 즐거웠던 학창시절에 
 All, all are gone, the old familiar faces. 
그리운 옛 얼굴들이 모두, 모두 가버렸다네. 
   
 I have been laughing, I have been carousing, 
소리내어 웃었고, 흥청거리며 술도 마셨지
 Drinking late, sitting late, with my bosom cronies
절친했던 친구들과 밤 늦도록 마시고 어울려섯는데
  All, all are gone, the old familiar faces. 
그리운 옛 얼굴들이 모두, 모두 가버렸다네. 
 
I loved a Love once, fairest among women
한 때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여인을 사랑하기도 했어
 Closed are her doors on me, I must not see her-- 
그녀는 내게 문을 닫아버렸고 
나는 그녀를 더 볼수가 없었지 
 All, all are gone, the old familiar faces. 
그리운 옛 얼굴들이 모두, 모두 가버렸다네. 
 
I have a friend, a kinder friend hath no man
친구가 있었다네 누구도 그처럼 친절할 수 없었지.
  Like an ingrate, I left my friend abruptly
그에게 보답하지도 못하고 
난 그 친구를 갑자기 떠났지, 
 Left him to muse on the old familiar faces. 
그리운 옛 얼굴들을 그저 바라보도록 그를 남겨두고
Ghost-like I paced round the haunts of my childhood, 
나는 유령처럼 내어린 시절의 놀던 곳을 배회했지 
 
 Earth seem'd a desert I was bound to traverse, 
내가 꼭 지나가야 했던 사막같은 땅을 
 Seeking to find the old familiar faces. 
그리운 얼굴들을 찾으려 애쓰면서
  
Friend of my bosom, thou more than a brother, 
 형제보다도 더 사랑햇던 나의 벗
 Why wert not thou born in my father's dwelling? 
왜 너은 내 아버지의 집에서 태어나지 않았는지?.. 
 So might we talk of the old familiar faces. 
그랬다면  그리운 옛얼굴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을텐데..
 
How some they have died, and some they have left me, 
먼저 죽은 이들도 있고 나를 떠난 이들도 있지 
 And some are taken from me; all are departed
그리고 어떤 이들은 나로부터 빼앗아 갔어.  모두가 떠나갔지.  
 All, all are gone, the old familiar faces. 
 그리운 옛 얼굴들이 모두, 모두 가버렸다네.
 
Charles Lamb  (1775~1834)  
*오역이 있드래도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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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동산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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