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ro가 된 새장 안의 새
she-ro는 He-ro의 대칭신조어이다

'새장 안의 새, 영원히 날아가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라는 자전적 소설로 유명한 마야 안젤루(86)가 지난 28일 타계하자 이런 부음기사 제목이 달렸다. TV시리즈 '뿌리' 쿤타 킨테의 할머니역(役)으로 에미상을 수상하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취임식 때 헌시 '아침의 고동에'를 낭독하기도 했던 흑인 여성의 우상이었다.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희망의 화신이었다.
작가, 시인, 가수, 배우, 인권운동가, 교수였던 그는 튀김 종업원, 클럽 가수, 스트립쇼 댄서였고, 10대 미혼모로 생계를 꾸리려 몸을 팔기도 했다.
세 살 무렵 경비원 아버지와 카지노 딜러 어머니가 이혼, 할머니 손에 자라다 8세 때 엄마 남자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실어증을 겪었다. 5년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동네 아줌마가 도서관에 데려다줬다. 이해가 되든 안 되든 닥치는 대로 읽었다. 파란만장한 삶을 겪으면서도 '새장에 갇힌 새'가 노래할 수 있었던 건 그때 그 책들 덕분이었다.
17세 때 출산을 하면서 훨씬 더 격한 고비를 맞았다. 간이숙박소에서 일하며 몸까지 팔아야 했다. 백인 남자와 결혼했으나 이내 이혼하고 춤을 배웠다. 나이트클럽과 스트립쇼 극장을 전전했다.
그러다 인권운동에 간여하게 되면서 인생 전환기를 맞는다. 그녀의 조직 기술과 성과에 감명을 받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중책을 맡기고, 이를 계기로 맬컴 엑스와도 교분을 쌓게 된다.
전국적 명성을 얻게 된 것은 42세 때인 1970년. 친구가 권유해 낸 '새장에 갇힌…'이 대박을 터뜨렸다. 흑인 여성 작가 최초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운 재능을 발휘하며 50여 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에 이를 때까지 끊임없는 노력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불우한 환경 출신 흑인 소녀에서 'she-ro(안젤루가 즐겨쓴 영웅 hero의 여성형)'가 된 그는 이런 말들을 남겼다. "양쪽 손 모두 캐처 글러브를 끼고 살면 안 된다. 뭔가를 되던져줘야 한다." "누군가의 먹구름 속 무지개가 되라." "변화하려면 내 마음 한가운데 불도저로 길을 내야 한다."
유언처럼 남긴 말은 이랬다. "인생은 숨 쉬는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들의 숫자로 매겨진다."
프리미엄조선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