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 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4. 10. 14. 19:58

2014/09/25(목) -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 (2339)

 

옷입니다. 밥입니다. 집입니다. 벌거벗고 길거리에 나갈 수 없습니다. 남루하더라도 몸에 옷을 걸치지 않고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합니다. 한 두 끼 굶으면 좀 허기는 지지만 출근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사흘 굶으면 도둑질 안 하는 놈이 없다”는 속담도 귀담아 들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굶주린 사람에게 도덕을 따지기 어렵습니다. 집이 없어 다리 밑에서 자는 사람과 행복을 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돈만 있으면, 좋은 옷 입고 고급식당에서 잘 먹고, 으리으리한 빌라에서 편하게 살 수 있습니다. 돈만 있으면, 다 됩니다. 그래서 “돈, 돈”하면서 사람들은 날마다 서로 싸웁니다. 돈 잘 버는 아들이 잘난 아들이고 돈 잘 버는 아버지가 훌륭한 아버지이고 돈 잘 버는 남편이 장한 남편이 되는 겁니다. 우리사회를 피곤하게 만드는 부정부패도 따지고 보면 돈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건강이 없으면, 비단 옷은 장롱에 넣어두고, 매끼 죽만 먹어야 합니다. 최고로 비싼 침대에 누워도 잠이 안 옵니다. 불면증에 걸렸습니다. 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며, ‘보리 고개’를 넘던 그 옛날을 오히려 그리워하는 엄청난 부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소박한 진리 한 토막을 터득했을 때는 이미 때가 늦었습니다. 돌이킬 수 없습니다. 몸부림쳐도 소용없습니다.

인생의 주제가 ‘사랑’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너무 오랜 세월이 소요되었습니다. “사랑보다 돈”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도 없지 않습니다. “돈보다 사랑”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깨닫는 데 80의 연륜이 필요하였습니다. 나에게 남은 세월이 이제 얼마 되지 않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다고 믿고, ‘작은 사랑’을 위해 내가 가진 ‘작은 재물’을 아낌없이 써야만 하겠습니다. 나의 ‘석양 빛’이 다 가기 전에!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