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기죽지 않고 전진하리라- 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4. 10. 9. 21:53

2014/09/20(토) -기죽지 않고 전진하리라- (2334)

 

나는 대학 3학년 때 첫 라디오 방송을 하였습니다. 아마도 1948년이나 1949년의 겨울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의 친구에 홍미현이라는 육상선수가 있었는데 그의 형이 홍천이라는 이름의 평양사범 출신 정훈장교였습니다. 내 친구를 통해 나에게 교섭이 있었습니다. 국방부 정훈국에서 심야에 대북방송을 하는데 한번 출연할 수 없겠느냐고.

녹음실의 광경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지만 방송국의 위치는 기억이 잘 안 됩니다. KBS의 전파를 타고 내 목소리가 북에 살던 나의 친지나 친구들에게 전달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당시 이화여대 영문과에 다니던 나의 친구 윤남경이 며칠 뒤에, 우연히 그 방송을 들었다고 내게 알려주었지만 그 친구도 하늘나라로 간지 오래되어 나의 그 방송을 청취한 사람은 나밖에 아무도 없을 겁니다.

나는 그 방송 끝에 영국시인 테니슨의 <율리씨즈>의 일부를 인용한 사실은 지금도 기억합니다.

영웅들의 한결같은 하나의 기상
비록 세월과 운명 땜에 약화됐으나
싸우고 찾고 발견하면서
절대로 굴하지 않는 그 강한 의지는 그대로 있다네

Ulysses by Alfred Tennyson

The equal temper of heroic hearts,
Made weak by time and fate, but strong in will
To strive, to seek, to find, and not to yield.

조국의 오늘이 어지럽고 혼란스럽습니다. 피곤하여 지친 선량한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비록 신화라고 할지라도 트로이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율리씨즈)는 절망의 밑바닥을 헤메이는 우리들에게, “전진하라”고 외치고 있는 듯합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