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19(화) - 대강 대강, 적당히 - (2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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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성의 커다란 약점 중의 하나가 ‘무슨 일에도 철저하지 못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문제의 제기는 곧잘 하는데 뒤처리를 깨끗하게, 철저하게, 마무리 짓지 못하는 것이 이 겨레의 성격의 최대의 결함입니다.
역사를 뒤져서 그렇다는 사실을 밝힐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일은 요새도 매일 같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병언이 원흉으로 판정 돼 추적당하다가 풀밭에서 시체로 발견되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미궁에 빠질 것 같습니다. 아무리 특별 조사 위원회가 구성이 돼도 진상규명이 무척 어렵게 되었습니다.
일이 왜 이렇게 꼬여 들어가는가? ‘오대양’의 비극을 ‘대강 대강, 적당히’ 마무리 지었기 때문입니다. 유병언의 목을 그 때 땄으면 세월호의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유병언도 그런 ‘참사’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고약한 인간이 어떻게 재기하여 이런 일을 또 저지르게 내버려 둔 것입니까?
‘적당주의’라는 낱말은 우리가 만들었습니다. 얼핏 들으면 중용을 지키는 합리주의로 착각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적당주의’가 나라를 망칩니다. 국민 앞에서 거짓말을 식은 죽 먹듯 뻔뻔스럽게 늘어놓던 그 검찰총장이 변협에 등록하고 소송을 맡아 소송인의 변호를 담당하게 하는 한국은 나라 구실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나라가 어떻게 제 힘으로 분단된 국토를 하나로 복원할 수 있겠습니까?
대한민국의 모모한 인사들이, 김대중 서거 5주년을 추모하기 위해 김정은이 보낸다는 ‘싸구려’(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화환을 받겠다고 북으로 간다는 말을 듣고 내 귀를 의심하였습니다. 화환을 보내는 자가 서울을 찾아와 동교동의 이희호 여사 댁을 찾아가서 화환을 전달하는 게 도리가 아닙니까?
“와서 화환을 받아가라”는 분부가 떨어지자 마저 북으로 달려가는 그대들은 과연 제정신인가, 묻고 싶습니다. 그런 ‘적당주의’로 대강 대강 나가면 나라가 망합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