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고백 사랑에 빠지면 잠들고 싶지 않게 된다. 깨어있는 현실이 꿈속보다 더 몽환적이고 아늑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을 설치고 또 만나니 '난 네가 곁에 있을 때조차 네가 보고 싶어' 이런 헛소리도 하게 된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해서 둘 다 이길 수 있는 게임이다. 다른 경기들과 달리 어둠을 이유로 취소되는 경우도 없다. 누군가를 왜 사랑하는지 답하는 건 물이 어떤 맛인가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한 가지 과학적으로 분명한 것은 중력 때문에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라고 했다.
사랑에서 무엇보다 어려운 건 고백이다. 누구나 사랑이라는 단어를 처음 말하는 쪽이 되는 데 공포증을 갖고 있다. 상대가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두려워서다. 그럼 '나 너 사랑한다' 고백하기에 적당한 때는 언제일까. 너무 이르면 처절해보이고, 너무 늦으면 놓칠 수 있다. 그 한마디로 관계를 맺기도, 깨기도 한다. 적절한 때 고백하면 둘이서 샴페인 잔을 부딪게 되지만, 부적절한 때 불쑥 말했다가는 혼자 독한 술을 홀짝여야 한다. 상대가 내놓아야 할 유일한 정답은 "나도 사랑해" 뿐이다. "나도 네가 싫지는 않은데…" "넌 정말 귀여워"라고 운을 떼면 이미 게임은 콜드패(敗)로 끝난 거다. 마음속 간직했던 비밀을 털어놓는 건 두 사람 간에 말이 통한다고 느껴진 이후에 해야 한다. 속이 타올라 터져버릴 것 같은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낫다. 진지하게 사귄 지 세 달밖에 안 됐는데 사랑 운운 불쑥 말하는 건 서로 미덥지 않다. 완전한 최대 효과를 위해선 최소 6개월은 지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 너 사랑해" 말해놓고 "넌 나 사랑해?" 질문 덧붙이는 건 금물이다. 안 물어봐도 당장이든 나중에든 뭔 말인가 할 터인데, "그런 것 같아" 소리 끌어내봐야 의미 없다. "나 너 사랑하는 것 같아"라는 표현도 피해야 한다. "나는 사랑을 가슴이 아니라 생각으로 한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랑은 되돌아갈 길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 비로소 사랑이라고 한다. 예뻐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니까 예뻐보여야 한다. 천번만번 사랑한다고 외쳐도 이루어지지 않는 게 사랑이지만,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면 끝나는 게 사랑이다. 진정한 사랑은 유령과 같다고 한다. 있다고들 말은 하는데, 진짜로 본 사람은 많지 않아서다. 윤 희영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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