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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간산기(三南看山記(3)

월명실 2016. 5. 20. 15:14

삼남간산기(三南看山記(3)




(8) 송계계곡의 미륵사지

 

그 이듬해, 고향에서 설을 지낸 나는 집사람과 함께 수안보 온천을 찾아갔었다. 거기서 고교 동기 등산동호회인 구산회회원들을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었던 것이다.

 

김천에서 국도 3호선으로 들어섰다. 상주 점촌을 거쳐 문경에 이르렀을 때는 날은 이미 저물고, 이화령 큰 재가 앞을 막고 있는데 눈발마저 휘날리는 아닌가. 고개 너머 내리막길은 벌써 빙판이어서 엉금엉금 기다시피 내려갔다.

 

무사히 수안보에 닿아 산속의 약속되어 있던 방갈로를 더듬어 찾았다. 숙소의 방문을 열자 벗들이 소복하게 들어 앉아 저녁밥을 먹다가 박수를 치며 반겨주는 것이 아닌가! 고생 끝에 낙이라더니, 객지에서의 이 만남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일행은 역사탐방길에 나서 월악산 송계계곡으로 향했다. 이 일대는 월악산의 웅장한 산세에 계류가 잘 어울려 풍치도 좋지만, 계곡 상류, 문경으로 이어지는 하늘재길목에 미륵사지가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곳이다. 이번으로 나는 이곳을 네 번째 찾는 셈이 된다.

                                                                                           (옮겨 온 사진)

                          

처음 오기는 ‘85년 여름 승용차를 구입한 직후인데, 외환은행에서 일하는 나의 벗 청곡(淸谷) 부부의 안내를 받아 왔었다. 그의 고향이 바로 이곳 상모면이어서 길이 밝았다. 집사람과 함께 넷이서 밤길을 달려 내려오는 기분도 삽상했지만, 차 안에서 최진희의 노래 사랑의 미로를 따라 부르던 기억이 아직 새롭다. 그때만 해도 이 계곡은 인적이 드물어 문자 그대로 비경이라 할만 했었지만, 얼마 후 도로가 포장되고 관광버스가 무시로 드나드는, 보통의 관광지로 바뀌고 말았다.

 

미륵사지는 하늘재의 초입의 북향 기슭에 있다. 몇 개 남은 주춧돌과 산재해 있는 석물들을 보건대, 원래 큰 가람 자리였던 것 같다. 얼핏 황량해 보이는 이 절터에 그러나 미륵돌부처 한 기가 하늘을 이고, 동안(童顔)에 영겁의 미소를 띤 채 서 있어 참배객들을 따사로운 광채로 감싸주는 것 같다 

 

이 석불은 대체로 고졸(古拙)한 모습이지만, 머리만은 잘 균제되어 있다. 아마도 석공이 온 힘을 여기에만 쏟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또 불상의 다른 부분에는 풍상의 흔적이 더러 묻어 있지만, 머리만은 정성을 들여 닦기라도 한 것처럼 화강석 속 빛깔 그대로여서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 청정한 모습을 가만히 대해본다면 누구이건 그도 청정세계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