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놀이’ 이야기
‘윷놀이’ 이야기
<자료1> 윷놀이의 참 재미
윷놀이는 재미있고 흥겨운 가족놀이다. 이것은 원래 정초와 정월 보름 사이에 주로 하는 것이지만, 오늘날에는 때를 별로 가리지 않는다. 떨어져 있던 가족이 모이는 명절에도 하고, 평상시 오누이끼리 오붓하게 놀기도 한다. 전에 비해 뜸해졌지만 지금도 정월이면 시골의 동네 마당이나 도시주변의 한적한 골목 어귀에서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몇몇 모여 멍석이나 가마니를 깔고 윷을 노는 장면을 더러 만날 수 있고, 초여름 고궁에서 열리는 화수회 같은 데서 남녀노소가 어울려 윷놀이하느라 흥을 돋우는 광경을 볼 수도 있다.
백운윷 가락 말판
삼사년 전에, 나는 괴목으로 윷을 두 벌 만든 적이 있다. 양끝에 팔괘 문양을 새겨 넣는 등 꽤나 정성을 들인 것이다. 한 벌은 가형께 보내고 남은 것은 집에 두고 있는데, 지금은 다섯 살, 일곱 살 먹은 손자들과 어울려 이 윷으로 자주 판을 벌인다. 이 아이들은 이제 말판의 이름들을 다 외우고, 말 쓰는 법을 익히는 중인데 무척 재미있어 한다. 내가 퇴근 후 집 현관에 들어서면 달려 나와 대뜸 윷놀자고 조르기도 하고, 또 비디오에 빠져 있다가도 내가 윷 한 판 놀자고 꾀어보면 보던 텔레비전을 끄고 내게 달려오곤 한다.
윷놀이는 유래가 긴,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가족놀이이다. 우리 또래가 자랄 때만 해도 왼 만한 가정에는 윷 한 벌은 다 있었다. 명절에는 으레 윷판의 떠들썩한 소리가 담을 넘어 이웃까지 들려왔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이 윷놀이가 우리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시대상이 바뀜에 따라 새 놀이들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건전한 가족놀이로서 윷놀이만한 것이 없음을 상기하면 그 퇴조의 기미를 보게 됨이 안타깝다.
이러니, 요즈음 아이들은 대개 윷놀이를 모르는 채 자라고 있다. 컴퓨터 게임에 매달리거나, 동네 전자오락실에 틀어박혀 메마르게 시간을 보내는 꼴은 흔히 눈에 띄지만, 윷을 노는 아이들은 좀체 보기 어렵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어울려’노는 놀이가 많았었는데 지금은 무슨 풍조인지 외톨이 놀이가 더 많지 않나 싶다. 세상이란 결국 어울려 살아가기 마련인데, 이렇듯 모래알처럼 흩어져 자란대서야, 사회에 나와 어떻게 남과 제대로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는지, 부질없는 걱정이 앞선다.
나는 행복하게도 아이 적부터 윷놀이를 자주 보고 또 하면서 자랐다. 그 때에는 재미로 윷을 놀았다. ‘모’가 꼭 나왔으면 할 때 모가 나오면 절로 신명이 나고, ‘걸’이 꼭 필요한데 ‘도’밖에 나오지 않으면 실망으로 땅이 꺼진다. 이기게 되면 길길이 뛰며 좋아했고, 지면 분해했다. 그 때는 내 남 없이 말판이 모두 머리 속에 들어 있었다. 그러니 여덟 개의 말을 움직이고 작전을 짜는 것은 말판을 보지 않고 했었다. 나의 고장에서는 이를 일러 ‘공중말’이라 했다. 그러자니, "내가 옳다, 네가 그르다"하고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하지만, 판은 시끌 시끌 재미가 더 붇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윷을 놀다보면 아이들 두뇌운동에도 여간 좋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새삼 되돌아보면 윷은 재미만의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겪게 되는 희로애락을 한판의 윷놀이에서도 엇비슷이 경험하게 된다. 내 편과 상대방의 말 여덟 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벌여 가는 경쟁은 바로 인생의 축도일 법도 하다. 윷놀이 말판의 도 ․ 개 ․ 윷 ․ 모는 각각 부여(夫餘)의 관직명인 저가(돼지) ․ 구가(개) ․ 우가(소) ․ 마가(말)에서 따왔다는 설도 있다. 더욱, 윷의 말판은 바깥의 둥근 원을 하늘로 보고 그 안쪽을 땅으로 본다. 또 중앙의 방혀(또는 방)는 북극성이요, 이를 둘러싸고 있는 28개의 별들은 우주의 28수를 상징한다고 본다. 윷놀이는 이처럼 천지와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개념을 그 무대로 해서 노는 것이다. 이 얼마나 넓고 거침없는 시원한 세상인가.
그 뿐 아니다. 윷말은 동지의 낮처럼 짧은 길을 가기도 하고, 춘분․추분처럼 중간 길을 가는가 하면, 하지처럼 가장 먼 길을 돌아가기도 한다. 사람의 삶이 그러하듯이 지름길로 가고 싶다고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또 둘러가기 싫다고 해서 또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제 형편에 맞게 최선의 길을 더듬어 가야할 뿐이다. 노는 법과 도구는 단순하지만, 생각해 보면 윷놀이는 이처럼 깊은 의미를 그 안에 담고 있는 것이다.
한 판의 윷을 놀다보면 여러 곡절은 겪게 된다. 순조롭게 나아가다가도 그만 상대에게 잡히는 불운(?)을 겪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상대방의 막동이 ‘날밭’까지 진출해 있는 위기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다 보면 결국 그 말을 잡고 극적으로 판세를 뒤집는 경우도 있다. 상대가 있는 놀이이니 혼자 생각만으로는 잘 먹혀들지 않는다. ‘도’냐, ‘모’냐 하는 것은 다분히 운에 좌우되지만, 말을 쓰는 것은 머리싸움이다. 나아갈 것인가, 두 동으로 합칠 것인가, 상대편 말을 잡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상황에 따른 작전과 전술의 문제이다. 말 쓰기에 따라서는 불리한 판을 이길 수도 있고, 다 이긴 판을 거꾸로 지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운이 아니라 '생각'이 말한다. 스스로 길을 찾아 답을 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윷놀이를 하다보면 이렇듯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지혜를 얻게 된다. 누가 일러주어서 얻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다.
윷놀이를 해보면 알게 모르게 기가 살아난다. 세상에 지고 싶은 사람은 없는 것이다. 이기려니 제 편에서 기운을 내야 한다. 모가 필요하면 모가 나오라고 기를 써야 한다. 기를 쓰지 않고 되는 일은 세상에 없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이런 경험은 매우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이기는 맛도, 지는 맛도 고루 겪어보고, 단 한 걸음이라도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고, 참아야할 때 참을 줄 알고, 그리고 오늘은 졌더라도 내일은 이겨보겠다는 희망과 포부를 가지는 등, 아이들은 윷놀이를 통해 건전한 경험과 슬기를 더해가게 된다. 윷놀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그 자체가 ‘더불어 사는 지혜’를 터득하는 훌륭한 수련이다. 우리 이세(二世)들에게 윷놀이를 가르치자. 이를수록 좋다. 이것은 우리 선인들이 창안하여 물려준 지혜로운 놀이문화이다. 〄
<자료 2> - 윷놀이 해설 -
* 윷놀이는 한국 고유의 전통 민속놀이이다. 주로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 사이에 놀지만, 방안에서의 놀이는 때를 가리지 않는다.
* 윷의 종류에는 가정윷, 장작윷, 밤윷, 콩윷 등이 있는데, 장작윷은 마당에서, 그 밖은 주로 방안에서 논다.
* 말판에는 방혀를 중심으로 하여 모두 28개의 별이 있는데, 이들은 우주의 28수를 상징한다. 윷놀이는 이처럼 우주 공간을 그 놀이마당으로 삼고 있다고 상상할 수 있다.
* 도에서 먹여로 가는 길은, ①앞여-방혀-먹여, ②뒤여-먹여, ③앞여-내째-먹여, ④앞여- 찔밭-내째-먹여의 네 가지. 1번은 동지를, 2번과 3번은 춘분(또는 추분)을, 그리고 4번은 하지로 각각 상상할 수 있는데, 동지 길을 가는 것이 대개 유리하다.
* 윷놀이는 재미가 있어 여럿이 놀면 금방 흥이 인다. 윷놀이는 운도 따라주어야 하지만 말쓰기(작전)를 잘 해야 한다. 작전 여하에 따라 판세가 달라진다.
* 한 판의 윷놀이에서는 희로애락을 모두 겪게 되어, 마치 인생의 축도와 같다. 열심히 참여하고, 윷말을 합리적으로 써야 이긴다.
* 아이들은 윷놀이를 통해 ‘더불어 사는 지혜’를 터득할 수 있다.
<자료 3> - 윷놀이 방법 -
1. 윷놀이에는 윷 한 벌, 말판, 말(양편 각 4개 씩)과 알맞은 크기의 돗자리가 필요하고, 둘, 넷, … 등 짝수로 편을 짠다.
2. 네 짝을 위로 던진 결과, 배가 하나이면 도로서 한 걸음, 둘이면 개로 두 걸음, 셋이면 걸로 세 걸음, 넷이면 윷으로 네 걸음 간다. 모두 등이 나오면 모로서 다섯 걸음 간다.
3. 도에서 출발, 막동이(넉 동 중의 마지막 동) 상대편 보다 먼저 먹여를 지나는 편이 이기며, 이로써 한 판이 끝난다.
4. 내 말이 예컨대 도에 있는데, 차례가 되어 다시 도가 나오면 개로 가거나, 도에 두 동을 합할 수 있다.
5. 윷이나 모가 나오면 한 번 더 논다. 더 놀아, 예컨대 개가 나오면 나온 순서에 관계없이 윷, 모, 개의 말을 쓴다.
6. 상대편 말이, 예컨대 개에 있을 때, 내가 놀아 개가 나오면 상대편 말을 잡을 수 있고, 잡으면 한 번 더 논다.
7. 앞여나 뒤여에 들면 방혀 쪽으로 접어든다. 여기 들지 못하면 내째 쪽으로 돈다.
8. 앞여 쪽에서 방혀로 들게 되면 숙여로 접어든다. 여기 들지 못하면 내째 쪽으로 돈다.
9. 윷말은 상대편의 의도와 말의 위치 등을 고려해 써야 한다. 앞여, 뒤여, 방혀, 먹여, 및 내째에 드는 것이 꼭 유리하지 않을 때도 있다. 잠복해 잡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10. 말 쓰기에 익숙해지면 「공중말」로 노는 편이 더 재미있다.
<자료 4> - 용어 풀이 -
· 말 : ‘말을 쓴다’는 것은 곧 넉 동의 말을 적절하게 움직인다는 뜻.
․ 앞밭 : 도에서 앞여까지 ․ 뒷밭 : 뒷도에서 뒤여까지
․ 찔밭 : 찔도에서 내째까지 ․ 날밭 : 날도에서 먹여까지.
․ 한 동 : 윷말 하나를 이름(두 동, 석 동)
․ 막 동 : 네 번째의 마지막 윷말.
․ 빽도 : 변칙으로 재미있다. 윷 한 짝의 배에 어떤 표시를 하여, 이 짝으로 도가 나오면 말을 후진으로 쓴다. 「백운윷」 에는 건괘 짝에 丁자 철인이 있다.
․ 말판의 별 이름 : 29개의 별에 각기 명칭이 있다(말판 참고). 지방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백운윷」에서는 경남 밀양 지방의 예를 따랐다.
․ 공중말 : 말판 없이 머릿속으로 말을 움직이며 노는 경우를 ‘공중말’을 쓴다고 한다.
<자료 5> A Commentary on the Game of 「Yoot」
- 「Yunnori」 -
Yunnori is a traditional home game of Korea. You can't find this kind of game in China or Japan.
This means Yunnori is a unique game of Korea origin. Especially, on January of the Lunar calendar, many Koreans play the game, but it can be, and in fact is played, year-round nowadays. We may
play Yunnori outdoors, as well indoors. This Yoot set is designed for indoors.
The Yoot board('Malpan') consists of 28 stops(except Bahnghyu), which are known to represent
the 28 constell- ations on the vault of the heaven. The stop point in the middle of the Malpan, which is called as 'Bahnghyu' represents the center star of the heaven. Much like this, Yunnori uses
ideologically the universe as its playground.
The purpose of the game is to proceed counter- clockwise from the first stop, 'Doh', toward the
last one, 'Mugyu'. There are four routes that can be taken to go from Doh to Mugyu : First, through 'Ahmyu' and Bahnghyu; Second, through 'Dwiyu' : Third, through Ahmyu and 'Naejje' ; Finally,
through Ahmyu, Zildoh, and Naejje. The route one represents the winter soltice, when the day is
shortest. route two and three represent the autumnal and vernal equinox, and route four represents
the summer soltice, the longest day of the year.
Although luck plays a big role in a game of Yunnori, strategy and vigor are also important. In a
single game of Yunnori, one can experience a full range of emotions, just as passing through an
epitome of life. one should play with passion and strategize well to win.
When several people gather around for a Yunnori, they will undoubtedly enjoy themselves. In
addition, children can learn from Yunnori lessons about life and the world we live in.
<자료 6> The Rules for Playing 「Yoot」
- 「Yunnori」
1. A game of Yoot requires at least two people. If there are more than four participants, they must
divide up into two teams.
2. Upon one's turn, the player grabs the four Yoots and throws them in the air. If they land such
that one Yoot is overturned with the flat side facing up, the player puts one of his four horses
('Mal') on 'Doh', or moves his Mal one step. If two Yoots were overturned, then the player puts
his Mal on 'Gaeh', or moves two steps, and if three overturned, putting on 'Geol', or moving
three steps, and all four overturned, putting on Yoot, or moving four steps. If all four Yoots land
upright, with the curved side facing up, this being called 'Moh', then the player puts his Mal on
Ahmyeo, or moves his Mal five steps.
3. The first player or team to move all four Mals around the board(Malpan) from Doh to
'Meogyeo' wins the game.
4. If a player's Mal is already sitting on Doh, and at the next turn the player throws another
Doh(meaning just one Yoot overturned), the player has a
choice moving two steps or putting two together. If all four Yoots land to Gaeh, or placing a
remaining Mal on Doh, thus combing the two Mals. From thereafter the two Mals travel together
as one. Three or four Mals also can be combined on a certain stop.
5. If a player throws a Yoot or Mo(all four Yoots facing up or all four facing down), that player
goes again.
6. If a player's Mal is sitting on Gaeh, for example, and at the next turn he or his team player
throws a Gaeh(two Yoots facing down), then the player can land on the opponent's Mal and send
it back to the beginning. If that happens, the player that killed the opponent's Mal gets another
turn.
7. If a Mal lands on Ahmyeo or Dwiyeo, the Mal can advance onwards
Bahnghyeo. Oherwise, the Mal must proceed around Naejje.
8. If, after passing Ahmyeo, a Mal lands on Bahnghyeo, the Mal can proceed
towards Soogyeo. Otherwise, the Mal must proceed around Naejje.
9. In advancing his Mals, a player must consider the positioning of his
opponent's Mals and their intention. Therefore, it is not necessarily
advantageous to land on Ahmyeo Dwiyeo Bahnghyu, Mugyeo, and Naejje.
10. To play a game of Yunnori, one needs a set of Yoot (four), a board(Malpan),
four Mals for each player or team, and a blanket or cloth on which to throw the Yoot.
11. once you become completely familiar with the terms and the shape of
Malpan, it can be more fun to play the game without Malpan.
(끝,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