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모음

서산대사의 해탈시

월명실 2016. 1. 20. 12:21

 서산대사의 해탈시

 

85세의 나이로 1604년에

입적하시면서 마지막으로

읊으신 시랍니다..

 

삶의 본질에 대한 건

시대를 초월 하는 것

같습니다

 

人生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치지 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 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 나가세.

 

다 바람 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요.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겠소.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오.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 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 피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요.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 게 있소.

살다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다 만은,

 

잠시 대역 연기 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짓는다 하여 뭐

달라 지는게 있소.

 

기쁜 표정 짓는다 하여

모든 게 기쁜 것만은

아니요.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렇게 사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