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3(일) -살기가 지겹다는 사람들에게- (28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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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은 내일에 대한 막연하나마 어떤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하루가 지루하다고 느끼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늙은이들은 내일이 오늘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에 흥분도 감동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 철학 아닌 철학을 H. G. Wells는 ‘Everydayism’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그날이 그 날이지 별 수 있겠냐”는 일종의 염세주의라고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대개는 남을 원망하게 마련입니다. “저놈 때문에!”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일시적인 위안을 받습니다. 이런 사람은 잠시의 위안이 지나가면 더 큰 괴로움에 시달리게 됩니다. 처음부터 “내 탓이오”라고 자백하면 오히려 맘이 편할 터인데 그렇게 ‘자폭’이라도 하려면 마음이 어지간히 깊고 넓어야 할 것입니다.
실패나 실망이 있을 때 남을 원망하는 것도 자기를 책망하는 것도 인간의 마땅한 도리가 아니라고 나는 못을 박았습니다. 그럼 나는 나대로 무슨 대안이 있는가? 한 가지 비결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그런 믿지 못할 일이 생겼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더 괴로워질 것이 뻔합니다. 그럴 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그것이 고통을 치유함에 있어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럴 수 있으니까 그런 일이 생겼을 것 아닙니까?
“살기가 지겹다”는 말은 감방에 앉아있는 무기수(無期囚)만이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도 Jubilee(희년)의 사면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믿을 수만 있다면 절망은 금물입니다. 당신이 누구이던, 용감하게 사세요. 기죽지 말고 사세요.
희망만 있으면 삶은 결코 지겨운 것이 아닙니다. 특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때에는 푸른 하늘을 보세요. 심호흡을 하면서 하늘을 보세요. 거기서 들려오는 무슨 목소리가 있을 겁니다. 사람은 밥만 먹으면 살 수 있는 그런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만 바로 가지면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살기가 지겹다는 말은 제발 하지 마세요!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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