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왜 별난 옷을 입어야 하는가?-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5. 10. 17. 14:00

2015/05/07(목) -왜 별난 옷을 입어야 하는가?- (2563)

 

영국의 왕위를 계승할 수도 있는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왕녀(Princess)가 태어나서 영국인은 물론 세계인이 모두 기뻐하고 있다는데 이 왕녀는 아직 이름은 없습니다.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오늘의 교황 프란체스코를 훌륭한 인간으로 보고 있는데 그의 머리 위에는 묘하게 납작한 모자가 하나 얻쳐 있습니다. 그 모자는 왜 쓰고 있는가? 나는 그 까닭을 모릅니다. 왕들의 머리에는 왕관이 있습니다. 왕은 권위의 상징으로 각종 보석이 찬란하게 박힌 왕관을 쓰고 백성을 다스립니다.

교황도 정식 행사가 있을 때에는 엄청나게 큰 ‘관’을 쓰고 호화스런 옷차림으로 나타납니다. 신도들이 씌워주고 입혀준 것들일 뿐, ‘대관식’이 있기 전에는 그런 ‘관’이 없었고 그런 호화스런 예복이 교황의 몸에 없었을 것입니다.

개신교의 목사들도 카톨릭 교회의 사제들을 본받으려는 경향이 농후합니다. 어떤 목회자의 옷차림은 천주교 신부의 옷차림과 비슷합니다. 불교의 스님들은 옷차림으로 큰 스님과 작은 스님을 구분하는 것 같은데 부처님이 살아계실 때 그런 차별을 허용하셨을 리가 없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내가 알기에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제자들을 향해 “내가 너희를 친구라 하노니”라고 하셨는데 교회 안에, 교인들 사이에 ‘위계질서’가 웬 말입니까? 높은 사람이 누구고 낮은 사람이 누구입니까?

교회나 사찰에서 밥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 정말 성직자가 되려면 우선 싼옷 입고 싼 음식 먹고 싼 집에 살면서 치부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누가 자비량하고 군대에 다니겠느냐”고 했습니다. “누가 제 밥을 먹으면서 군대 생활을 하겠느냐”라는 뜻인데, 그렇게 말한 바울 자신은 천막 만드는 험한 일을 해서 밥벌이를 했고 교인들의 신세를 전혀 지지 않고 한평생 복음을 전하다가 로마에서 처형됐을 것이라고 합니다.

스님, 목사, 신부들이여, 제발 평상(平常) 복장으로 법회도 하고 예배도 보고 미사도 올리세요. 그래도 큰 스님, 감독, 총회장 또는 주교, 대주교인 사실을 일반 신도에게 알리고 싶으면 완장을 두르세요. 불만이시면, 빛깔로라도 구분하세요. 평신도로 오해 받는 것이 그렇게도 싫다면!

성직자라는 사람들이 평상복을 입고 법회에도 예배에도 미사에도 임할 때 이 나라의 종교는 새 생명을 얻고 진실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