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나는 진보인가 보수인가

월명실 2015. 7. 1. 14:08

2015/03/24(화) -나는 진보인가 보수인가- (2519)

 

나는 1945년~46년에 평양에 살면서 김일성이 얼마나 나쁜 인간이고, 공산주의가 얼마나 잘못된 이념인가 하는 것을 충분히 알고, 나 자신의 장래를 염려하여 38선을 넘어 월남하였습니다. 만일 오늘도 공산주의가 진보이고 자유민주주의가 보수라면 나는 보수로 낙인이 찍히는 것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스탈린 독재하의 솔제니친이나 사하로프를 반동으로 몰고 투옥했던 스탈린이 진보였다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나의 사촌 가운데 매우 똑똑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휘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입시에 낙방하였는데 해방 후의 혼란 속에서 남로당 지하조직에 끼어들어 맹활약하다가 6‧25를 맞았는데 불행하게도 서대문 감옥에 갇혀 있다가 1‧4후퇴 때 처형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대학시절에 절친하게 지내던 친구는 성결교 목사의 아들이었는데 공부를 썩 잘하는 학생이었으나 누구의 권유를 받았는지 남로당의 프락치가 되어 불온 삐라 뿌리고 붙이는 일을 자주 하다가 경찰서 감방에 자주 드나들더니 6‧25 때 자취를 감추고 다시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가 아직 살아 있다면 89세는 되었을 것입니다.

나의 사촌 김예길(金禮吉)과 나의 친구 박종헌(朴鐘憲)은 아마 진보로 분류가 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들은 그들의 청춘을 낭비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오늘도 ‘친북’이니 ‘종북’이니 하며 소란을 피우는 젊은 놈들을 보면 그 두 사람 - 김예길과 박종헌이 생각납니다. 그들은 ‘무위도식’(無爲徒食)했다고 욕을 먹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 같습니다.

고려대학의 김성식 교수는 ‘가고파’를 작사한 이은상 선생을 매우 싫어하고 경멸하였습니다. “이은상도 사람이냐”라고 까지 험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왜 그랬는가? 이은상이 가장 가깝던 친구 독고의 아내와 도망을 간 사실 때문입니다. 그 사실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어른 김성식 교수와 나는 군사정권에 반대했기 때문에 수난을 많이 겪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은 진보인가 보수인가, 여러분이 한번 판단해 보시기를!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