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찡그린 얼굴보다 웃는 얼굴을

월명실 2015. 5. 16. 20:32

2015/03/06(금) -찡그린 얼굴보다 웃는 얼굴을- (2501)

 

“웃으면 북이 와요”라는 속담은 서민대중이 흔히 쓰던 말이었을 뿐, 양반들은 웃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근엄하던 어른들은 웃음이 많은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치부하였으므로 벼슬한 나으리가 파안대소(破顔大笑)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서양의 문화적 유산은 우리와 다릅니다. ‘유머(humor)’는 서양인의 삶의 ‘필수’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특히 지도층 인사들에게 웃음은 ‘생활필수품’입니다. 미국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누구보다도 존경을 받고 사랑을 받는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은 유머의 명인이었다고 합니다. 남북전쟁이라는 미국역사상 가장 참혹한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그는 간절한 마음으로, 웃을 일이 없을까 열심히 찾았던 것 같습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4선에 도전한 정치인은 Franklin Roosevelt 한 사람 뿐이었습니다. 그는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하자 곧 병으로 세상을 터났기에 망정이지 임기를 다 채웠으면 16년 간 백악관의 주인 노릇을 하였을 것입니다.

그가 해군성의 차관으로 있던 30대에 폴리오(소아마비)에 걸려 휠체어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온천장을 두루 다니며 재활에 힘쓴 결과 제 발로 걸어서 출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그는 양쪽에 도열한 해군성의 직원들 사이로 걸어가다가 그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를 지켜보던 직원들은 모두 그 광경을 보고 정말 죽을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주저앉은 그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도 안 하고 앉아서 한참 껄껄 웃었습니다.

그의 그 웃음이 루즈벨트를 네 번이나 대통령에 당선시켰습니다. 아무리 힘이 들고 어렵더라도 지도자는 국민을 향해 웃을 수 있어야 합니다. 통쾌한 웃음은 우리 모두에게 용기를 주기 때문입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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