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노인이 아는 세 가지-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5. 2. 17. 19:28

2015/01/08(목) -노인이 아는 세 가지- (2444)

 

노인은 ‘어제’를 압니다. 눈을 감고 자기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을 되새겨봅니다. 노인은 ‘오늘’을 압니다. 그러나 대부분 현실에서 밀려났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만큼 알기는 어렵습니다. ‘살아있는 현재’(living present)는 노인들을 제치고 어디론가 달려가는 것이므로 노인들은 자연 소외된 느낌 속에 오늘도 살고 있습니다.

늙은 사람들에게 ‘내일’이 있는가? 따지고 보면 ‘내일’이 없는 사람들이 노인입니다. 오늘 80이 넘었다면 2030년까지 살아남기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유가에서 가르치는 다섯 가지 복이 있는데, 그 중에 다섯 번째가 ‘고종명(考終命)’입니다. 그 뜻은 “제명대로 살다가 편안하게 죽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더 깊은 뜻은 “죽음을 생각하면서 죽는 것이 복”이라는 뜻입니다.

죽음을 깊이 생각하면 “죽음으로써 모든 것은 끝이 난다”고 믿기는 어렵습니다. 인간이 정말 죽음 앞에서 깊이 생각할 수 있다면, “What's next?”라는 질문을 던지게 마련입니다. “생명은 영원하다”는 주장은 객관성을 내세우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생명은 영원해야 한다”는 막연한 희망을 지니고 있습니다. 죽기를 싫어하는 것 뿐 아니라 죽어서는 안 되는 피조물이 인간입니다. 그래서 나는 ‘고종명’이 복이라기보다는 당연하기 짝이 없는 생명의 논리라고 믿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