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이것이 누구의 잘못인고”-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5. 2. 12. 21:56 ◆2015/01/04(일) -“이것이 누구의 잘못인고”- (2440) 한 해를 보내면서, 새해를 맞으면서, 원근에서 오는 연하장을 많이 받게 됩니다. 나아가 많은 친구들은 카드를 쓸 여력도 없는지 받는 일이 드믑니다. 나도 연하장을 쓴 지가 꽤 오래된 듯 합니다.미국이나 유럽이나 일본에 사는 친구들과는 전화로 문안하는 희한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미국 사는 초등학교 때부터의 친구 하나는 귀가 절벽인지 전혀 듣질 못해서 “여보세요” “여보세요” 라고만 되풀이하기에 수화기를 내려놓았습니다. 기분이 매우 언짢았습니다.친구 하나는 대학에 다닐 때 육상선수였는데 갑오년에 건강이 아주 나빠져서 전화통에 대고 “나 요새 치매 끼가 있어서 자꾸 잊어버려”라고 솔직히 고백하였습니다. 서글픈 사실입니다. 혼자서 시골에 사는 매우 외로운 친구도 있는데 미국 사는 딸이 내게 전화하고 “엄마가 치매 끼가 생겨서 걱정입니다”라고 하는데, “인생은 다 그런 거야”라며 그 딸을 위로했지만 내 마음도 매우 괴로웠습니다.그런 줄 알고 살아야 하는 고달픈 인생입니다. 나이처럼 무서운 건 없습니다. 지금의 성균관대학이 자리 잡은 ‘경학원’ 마당에 수령 500년도 더 된 은행나무가 있어서 명륜동의 작은아버님 댁에 있을 때 가끔 가 보았습니다. 중국의 주희 선생이, ‘오호노이‧시수지건’ (아, 나 이제 늙었으니 이것이 누구의 잘못인고)하며 탄식했는데, 인생은 다 그런 겁니다.김동길www.kimdonggill.com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