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박근혜와 박지만

월명실 2014. 12. 21. 18:27
 

박근혜와 박지만

이 철 / 고문
<미주 한국일보>
                                                         
입력일자: 2014-12-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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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한국에서 관광회사가 주선한 지방여행에서 대전에 사는 최모씨 부부를 알게 되었다. 식사 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처음 자동차를 샀을 때의 감격이 화제가 되었는데 최씨 부인 K씨가 겪은 에피소드가 흥미로웠다. 서울에서 현대소나타를 구입한 후 대전까지 몰고 갔는데 고속도로에서 내리다가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액셀레이터를 밟아 앞차를 심하게 들이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앞차는 고급 에쿠스 세단이었다. K씨는 상대방이 다쳤다고 우기면 엄청난 배상을 해야 된다는 생각에 쇼크를 받은 나머지 차에서 내려 울어 버렸는데 이때 에쿠스에 타고 있던 남자가 어디 다친데 없느냐고 자신을 오히려 걱정해주면서 “내 차 망가진 것 물어주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냥 집으로 가세요”라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K씨는 감격해 상대방의 성함과 주소를 알려 주면 보답하겠다고 하자 그 남자는 빙그레 웃으면서 “내 이름은 박지만입니다”하고는 차를 몰고 가더라는 것이다. K씨는 그후 박지만씨를 다시 보게 되었다면서 너무 점잖고 마음 착해 보이더라고 했다.

박지만씨(EG 회장)를 아는 사람들은 박지만씨가 마음이 착하고 평소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애쓰며 대통령의 동생이라고 거만을 떠는 것과는 거리가 먼 얌전한 스타일이라고 평한다. 그가 청와대 실세들과 권력투쟁을 한다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박근혜 측근이었던 정윤회씨를 싫어할 뿐이며 정씨를 계획적으로 매장 시키기 위해 일을 꾸밀 배짱과 치밀함을 지니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씨가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그리고 그 불장난에 춤을 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밝혀질 것”이라고 박지만 회장을 빗대어 말한 것 같은 인상을 풍겼는데 ‘불장난’과 ‘박지만’이라는 단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지만 회장이 누나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섭섭함을 털어놓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자신에 대한 감시가 너무 심하고 가족들을 청와대에 한번도 초청하지 않은데다 박지만회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연이어 공직에서 밀려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박지만씨가 “피보다 진한 물도 있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는 박근령씨의 발언은 박대통령이 비서들에게만 귀를 기울이는 것에 대해 동생들이 얼마나 불만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어제 박지만 회장이 검찰에 나가 참고인 진술을 했다. 정윤회씨가 주도하는 십상시도 없고 박지만 회장이 조정하는 7인위도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세가 있다면 청와대의 진돗개뿐”이라는 말이 외면상으로는 일단 증명된 셈이다.

그런데 청와대 문건유출 경로를 밝히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난맥상과 박대통령의 불통고집이 드러나 국민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처음으로 30%선으로 떨어졌다. 세월호사건 때도 없었던 일이다. 게다가 정의화 국회의장까지 대통령의 소통부족을 기자좌담회에서 언급했다. 여당간부들도 청와대 쇄신을 외치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내 스타일 고집에 국민들도 피곤하다. 박대통령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국정쇄신밖에 없어 보인다.

역대 정권이 3년차에 들어서면 아들과 형, 측근들의 권력투쟁으로 레임덕 현상이 생겼는데 박근혜대통령이 또 그 길을 밟고 있다. 국민들은 박근혜대통령에 대해 육영수 여사 스타일의 따뜻함을 기대 했는데 청와대에 들어간 후 박대통령은 사람이 달라졌다. 원칙만 따지고 살벌하기만 하다. “권력은 칼이다. 권력이 클수록 그 칼은 예리해 진다”고 박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언급하고 있는데 지금 박대통령이 이 말을 가슴에 되새겨야 할 때다. 박대통령이 문제다. 박대통령이 위기다.

 

미주 한국일보

'이철'顧問 寄稿

2014-12-17 (수)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