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왕방연의 그 눈물이-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4. 11. 5. 17:46

2014/10/18(토) -왕방연의 그 눈물이- (2362)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은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안 같아여 울며 밤길 가는도다

왕위를 찬탈한 수양대군이 세조가 되어, 법통을 이어 왕위에 오른 단종을 폐위케 하고 그를 영월로 유배 보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단종을 유배지까지 모시고 가라는 세조의 어명을 받고 거역할 수 없어, 책임을 다하고 한양으로 돌아가던 의금부도사(義禁部都事) 왕방연이 읊은 시조 한 수를 어쩌면 조선조 500년에 가장 슬픈 시 한 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왕방연은 아마도 청령포 강가에 앉아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그의 쓰라린 가슴을 위로할 사람은 없는 듯 하였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결코 무심치 않습니다. 예방승지(禮房承旨) 성삼문과 그의 동지들은 영월에 귀양 가 있는 단종의 복위를 위해 목숨을 걸기로 결심한 선비들이었습니다. 삼족을 멸하리라는 위협 속에서도 그들은 굽히지 않았습니다.

불행하게도 그들의 꿈은, 김 질의 밀고로 산산조각이 났고, 의인들은 모두 붙잡혀 잔인한 고문 끝에 죽임을 당하였으나 ‘사육신’의 가슴 속의 그 꿈은 450년 뒤에 의인 안중근의 가슴 속에 되살아 났고, 안중근의 그 꿈은 윤봉길이 되살릴 수 있었습니다.

의인의 눈물이 역사를 바로 잡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