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세월호>에게 작별인사를!- 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4. 10. 12. 20:11

2014/09/24(수) -<세월호>에게 작별인사를!- (2338)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오늘이 161일째 되는 날입니다. 그런데 오늘도 대한문 앞과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 동상 가까이에는 황색의 리본이 난무합니다. 침몰된 그 여객선과 함께 저 세상으로 떠난 단원고의 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한 황색의 물결이라 하겠습니다. 정치인들의 양복 라펠에는 비슷한 취지로, 세월호의 비극을 상징하는 아주 작은 노란 리본이 달려 있습니다. 백일(100일)이 지나고 61일째 되는 오늘도!

내 눈에는 정상을 잃은 나라라는 생각이 앞섭니다. 인간의 극도의 슬픔이나 기쁨도 백일 이상갈 수 없다는데 이 나라의 국민성은 본디 이런 것입니까? 지난여름에 말레이지아의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되어 100여명의 화란인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 희생자들 중에는 세계적인 ‘에이즈’ 연구가들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시신을 다 찾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화란정부는 국민 애도의 날을 단 하루로 끝내고 일상생활을 정상화하였습니다.

베네딕트 스피노자를 낳은 화란과 퇴계 이황을 낳은 한국이 이렇게 다릅니까? 퇴계의 성리학은 스피노자의 ‘신비적’ 합리주의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도 되는 겁니까? 노란 리본을 가슴에 아직도 달고 다니는 정치인들은 정말 슬픈 겁니까 아니면 계속 (3년상을 마칠 때까지)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는 일에 세월호의 참사를 활용하겠다는 겁니까? “하느님, 맙소사!”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옵니다. 세월호 참사를 정치판에서 물고 늘어지고 끌고 또 끈다면 하늘이 그걸 참고 보기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경제는 다 무너지고 국민 생활은 거덜이 나도 정치권은 계속 통곡만 하고 앉았을 겁니까? 그 눈물이 진정한 눈물이 아닌 것 같아서 한 마디 합니다. 하늘이 무섭지 않습니까?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