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또다시 가을은 오고 - 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4. 10. 2. 22:46

2014/09/16(화) - 또다시 가을은 오고 - (2330)

 

전에 없이 추석이 빨리 다가와, “가을도 아닌데 벌써 추석이냐”하는 의아스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추석이 지나고 열흘도 안 되었건만 이제는 가을빛이 완연하다는 느낌이 앞섭니다. 세월처럼 무서운 건 없습니다.

‘농자천하지대본’이던 그 옛날에는 추수하는 가을이 오기를 몹시 기다렸습니다. ‘보리 고개’라는 달갑지 않은 고개도 넘어야만 했습니다. 기차도 자동차도 없던 그 시절, 단풍구경 가기 위해 가을을 기다리는 시인‧풍류객은 몇 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절대다수의 백성은 먹을 것이 없어서 추수하는 가을을 애타게 기다렸을 겁니다.

현대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대인은 가을에 ‘이별’을 생각하고 홀로 웁니다. 영국시인 테니슨은 그의 절친하던 친구를 그리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계절이 가을이었기에.

눈물이여, 속절없는 눈물이여
나 그 뜻을 헤아리지 못 하네
어떤 거룩한 절망의 깊음에서 생겨나
가슴에 솟구쳐 두 눈에 고이는 눈물
행복한 가을의 들판을 바라보며
돌아오지 못할 날들을 생각할 적에

인생의 가을도 덧없이 왔다 덧없이 가는 것! 우리는 청록파의 시인 박목월과 함께 겨울을 바라보며 아직도 오지 않은 ‘이별’을 슬퍼합니다.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 아, 아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울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이 되었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