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부끄럽지 않은 삶을 - 김 동길 교수

월명실 2014. 9. 28. 12:41

2014/09/13(토) - 부끄럽지 않은 삶을 - (2327)

 

나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진명여고의 영어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진명에는 이세정 교장이 계셨는데 이 어른처럼 ‘현모양처’ 육성에 고심하신 교육자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이 교장께서는 어느 날 교직원 모임에서 중국 한나라 무제 때의 역사 기록을 담당했던 사관 사마천에 관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사마천은 말하기를 “나는 남에게 말할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은 한 적이 없다”고 하였답니다.

나는 원전을 뒤져, 사마천의 그 말을 찾아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어른이 한학에 능통한 어른이셨으므로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지난 60년 동안 사마천을 우러러 보며 나 자신을 반성하며 살아왔습니다. “남에게 말하지 못할 부끄러운 일은 하지 말고 살자!” 그 말을 늘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나의 86년의 생애를 돌이켜 보면, 유년기를 마치고 80년 동안, 남에게 말해줄 수 없는 일을 너무 많이 저질렀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나의 삶은 결코 떳떳한 삶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기 전에 한 번 이런 양심적인 고백을 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는가 봅니다. 내 죄는 용서 받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날마다 용서를 빌며 나의 인생의 얼마 남지 않은 황혼 길을 갑니다. 해가 지기까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