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죽으면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을 - 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4. 9. 27. 21:17

2014/09/12(금) - 죽으면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을 - (2326)

 

유병언의 객사가 많은 것을 생각게 합니다. 그렇게 호강하며 살다가 그렇게 비참하게 간 사람 유병언! 검찰도 놀라고 국민도 놀랐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살다가 저렇게 가는 저런 인생도 있는가, 어안이 벙벙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그에게 물을 수가 없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인간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국가의 공적 기관을 총동원하여 그가 숨겨둔 재산을 찾아내서 국가 권력이 그 재산을 몽땅 국고에 환수할 수는 있으나 앞으로는 유병언에게 그 일을 가지고는 말을 건넬 수도 없습니다. 유병언이 죽었기 때문입니다.

뉴욕에서 붙잡힌 그의 심복 김혜경과의 관계를 캐물을 수도 없습니다. 김혜경이 두 사람의 관계에 어떤 비밀이 있다고 하여도 입을 꼭 다물고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왈가왈부 할 수가 없습니다. 유병언이 죽었는데 누가 감히 그 관계를 밝힐 겁니까? <김혜경 참회록>이 출판된다 하여도 그 내용이 진실이 아니면 알 길이 없습니다.

죽은 뒤에 누가 칭찬을 해도, 욕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사람이 남들의 의견에 관심을 가진들 ‘무삼 소용 있으리오!’ 역사가의 판단도 시대를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죽은 사람은 더욱 문제 삼을 필요가 없습니다. 죽은 자는 입을 꼭 다물고 가만있으면 됩니다. 죽음은 만병통치의 묘약 그 이상의 것입니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삶’을 주신 것이 고마운 일이라면 ‘죽음’을 주신 것은 더욱 고마운 일입니다. 유병언의 죽음에 즈음하여 요새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