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기 다 리 래

월명실 2014. 9. 19. 22:12
 
 
 

  

 

기 다 리 래

 


기다리래, 6825톤 배가 뒤집히는 동안,

뒤집힌 배가 선수 일부분만 남기고 가라앉는 동안,

기다리라는 방송만 되풀이 하고 선장과 선원들이

져나가는 동안, 움직이면 위험하니까

 

꼼짝 말고 기다리래, 해경은 침몰하는 배 주위를 빙빙

돌기만 하고 급히 구조하러온 UDT대원들과 민간 잠수

자들을 막고 있지만, 텔레비전은 열심히 구조하고 있

으니까 안심하고 기다리래.


오지 않는 구조대를 기다리다 지친 컴컴한 바닷물이

먼저 밀려들어 울음과 비명을 틀어막고 발버등을 옥

어도,벗겨지는 손톱과 부러지는 손가락들이 닥치는대

로 아무거나 잡아당겨도,


질문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래,

바닷물이 카카오톡을 삼키고,기다리래를 삼키고,

기다리래를 친 손가락을 삼켜도,아직 사망이 확인

지 않았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래,


엄마 아빠가 발동동 구르며 울부짖어도 구조된 교감

선생님이 터지는 가슴에다 목을 매어도,유언비어에

대로 속지 말고 안내 방송에만 귀 기울이며 기다리래,


죽음이 퉁퉁 불어 옷을 찢고 터져 나와도, 얼굴이

풀어 흐물흐물 해져도,학생증엔 앳된 얼굴이 고스란

남아 있으니 손아귀에 그 얼굴을 꼭 쥐고서 기다리래,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맹골수도 물속에서

기다리래,


  


지난 4월 16일 오전 10시 17분,

"세월호에서 단원고 학생의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가

전송됐다."


"기다리래.., 기다리래라는 방송 뒤에 다른 안내방송은

안 나와요!.., 아빠 엄마..큭큭 흐흐.. 무서워요"


기억하고, 기록하라.
2014년 그 봄날, 피지도 못한 꽃들은 어떻게 져버렸는지...  
맹골수도에 잠든 하얀 꽃들에게 이 시를 바친다.

-세월호 추모시집 김기택 글 중에서..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