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 다 리 래
기다리래, 6825톤 배가 뒤집히는 동안,
뒤집힌 배가 선수 일부분만 남기고 가라앉는 동안,
기다리라는 방송만 되풀이 하고 선장과 선원들이
빠져나가는 동안, 움직이면 위험하니까
꼼짝 말고 기다리래, 해경은 침몰하는 배 주위를 빙빙
돌기만 하고 급히 구조하러온 UDT대원들과 민간 잠수
자들을 막고 있지만, 텔레비전은 열심히 구조하고 있
으니까 안심하고 기다리래.
오지 않는 구조대를 기다리다 지친 컴컴한 바닷물이
먼저 밀려들어 울음과 비명을 틀어막고 발버등을 옥죄
어도,벗겨지는 손톱과 부러지는 손가락들이 닥치는대
로 아무거나 잡아당겨도,
질문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래,
바닷물이 카카오톡을 삼키고,기다리래를 삼키고,
기다리래를 친 손가락을 삼켜도,아직 사망이 확인
되지 않았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래,
엄마 아빠가 발동동 구르며 울부짖어도 구조된 교감
선생님이 터지는 가슴에다 목을 매어도,유언비어에 절
대로 속지 말고 안내 방송에만 귀 기울이며 기다리래,
죽음이 퉁퉁 불어 옷을 찢고 터져 나와도, 얼굴이 부
풀어 흐물흐물 해져도,학생증엔 앳된 얼굴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손아귀에 그 얼굴을 꼭 쥐고서 기다리래,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맹골수도 물속에서
기다리래,

지난 4월 16일 오전 10시 17분,
"세월호에서 단원고 학생의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가
전송됐다."
"기다리래.., 기다리래라는 방송 뒤에 다른 안내방송은
안 나와요!.., 아빠 엄마..큭큭 흐흐.. 무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