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9(화) - 연휴가 너무 길어서 - (2323) | | 달력에 보면 9월의 7,8,9,10일이 모두 붉은 글자입니다. 근년에는 학교도 회사도 관공서도 대개 토요일에 쉽니다. 다 합치면 올해 추석에는 연 5일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쉬라”고 해서 싫어할 인간은 없습니다. 학생도 선생도 “놀라”고 하면 다 좋아하는 세상에서 쉬는 날이 너무 많다는 것이 자랑일 수는 없습니다. 특히 일을 해서 밥을 벌어먹는 사람들이 유급휴가를 그렇게 오래 하면 회사나 공장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우선 먹고 보자”는 사람들이 있듯이, “우선 놀고 보자”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겁니다.
특히 어머님 얼굴을 한 번 보려고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아들은 쉬려고 떠나는 길이 아니라 고생하기 위해서 떠나는 길이 된다고 해야 옳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휴가가 피로 회복보다는 오히려 피로 가중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나는 한평생 휴가를 가본 적이 없는 구시대의 인물인지라 ‘5일 연휴’의 ‘기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연휴에는 혼자 사는 남자가 밥을 사 먹기도 어렵습니다. 옛날에 중국인들은 구정에 보름을 노는데, 도박으로 인해 짜장면 집의 주인이 바뀌고, 아내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투전판에서 자기의 아내를 대고 한 판 해서 지면 도리가 없는 것이죠. 야만스럽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노상 지어낸 얘기는 아닙니다.
매일 조금씩 쉬면 될 것을, 피로를 모았다 단번에 그 피로를 푼다는 것도 상식에 벗어난 일입니다. 스웨덴을 비롯한 스칸디나비아 여러 나라의 국민들처럼, ‘주말농장’이라도 마련하는 것이 더 현명한 휴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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