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면 ? - 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4. 9. 4. 14:33

2014/08/26(화) -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면 ? - (2309)

 

그런 속담이 있습니다. 억지를 쓰면 안 될 일도 되는 경우가 있다는 말입니다. 어느 집 아이가 공부도 안 하고 행실도 안 좋은데 엄마를 붙잡고, 자전거만 한 대 사주면 공부도 잘 하고 말도 잘 듣겠다며 울며불며 밤낮 조릅니다. “돈이 없어서 못 사준다”고 아빠가 야단치면 이 아들 놈은 더 사납게 덤빕니다. 엄마가 타협에 나서서 마침내 자전거를 외상으로 한 대 사주었습니다. 이 녀석이 자전거 타는 연습을 한답시고 행길에서 어벌쩡하게 굴다가 자동차에 치어 즉사하였습니다.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면 이 세상은 무법천지가 되고 말 것입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많은 인도인 뿐 아니라 그가 맞서서 싸우던 영국인들 중에도 존경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1948년 그가 암살당했다는 속보가 나붙었을 때 나도 슬픔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사실을 오늘도 기억합니다.

그런 간디가 인도인들끼리의 분쟁이 말만 가지고 해결이 안 될 때 “나는 오늘부터 단식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식음을 전폐하였습니다. 분규가 계속되면 간디는 단식을 계속할 것이고 그는 그러다 죽을 것이 명백하였습니다. 싸우던 사람들은 그 싸움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간디는 인도 못지않게 소중한 존재이었기 때문입니다.

유민이 아빠는 시청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대표하여 단식을 시작하기에 앞서 간디에게 몇 마디 물었어야 합니다. “내가 이렇게 단식하다 죽어도 되겠습니까?”라고. 이 나라의 대통령 후보로 나갔다 떨어진 정치인 한 사람이 유민이 아빠 곁에서 얼쩡거리는 것은 정말 내 눈에 ‘꼴불견’입니다. 2017년에 또 한 번 대선에 출마할 사람이 유민 아빠와 함께 단식하다 죽으면 안 되지요. 대한민국과 그 유권자들을 그렇게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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