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프로테스탄트’는 한 마디한다 - 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4. 8. 26. 16:13

2014/08/18(월) - ‘프로테스탄트’는 한 마디한다 - (2301)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해 주신 이번 일을, 이 땅의 모든 천주교신자들과 함께, 나도 감격스럽게 여깁니다. 이 어른을 위하여 내 마음속에서 줄곧 기도가 있었습니다. 80을 바라보는 고령이신지라 장거리 여행이 염려스럽고, 또 한국에 체류하시는 동안 격무에 시달려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25년 전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이 나라를 찾아오시어 여의도 광장에서 순교자 103명의 ‘시성식’을 올리어 한국의 천주교 신자들과 일반 국민들을 자랑스럽게 하여 주신 그 일을 지금도 감격스럽게 회상합니다. 이번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또다시 124명의 순교자들의 ‘시복식’을 거행하여 주신 일을 앞으로도 두고두고 나는 고맙게 회상할 것입니다.

물론 이번 광화문 행사(미사)를 계획하고 추진하여 성공케한 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큰 수고를 하였겠지만, 90만으로 추산되는 그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에서 시청까지의 넓고 긴 길을 꽉 메우고, 아무 사단 없이 질서정연하게, 교황께서 집례하신 ‘시복식’에 참여한 사실이 그저 고맙고 놀라웁게만 여겨집니다.

나도 어느 천주교 신자 못지않게 오늘의 교황께 사랑과 존경을 보냅니다.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내 마음도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천주교 신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나는 오히려 마틴 루터와 요한 칼빈의 신앙적 입장에서 교황을 보고 교회를 보고 성직자들의 복장과 그들이 집례하는 의식을 지켜봅니다. 그래서 나는 항의(Protest)합니다. 2000년 전 갈릴리 바닷가를 다니시며 복된 소식을 전하시던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는 특별한 옷을 입고 특이한 모자를 쓴 예수를 상상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도 로마에 있는 베드로 성당의 건물을 보고 감탄합니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 ‘구원’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시기를,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하셨기 때문입니다.

나는 교회의 집사도 장로도 목사도 아니지만 내가 죽어 주님 앞에 나아가 최후의 심판을 받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과 꼭 같은 자리에 서서 심판을 받으리라고 믿고 “그 날을 늘 기다리며” 내 등불을 밝게 켜고 나의 남은 날들을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 보겠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