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바른 말 고운 말 - 김동길 교수

월명실 2014. 8. 20. 07:12

2014/08/07(목) - 바른 말 고운 말 - (2290)

 

또 한 사람의 여성이 등장하여 위기에 처한 이 나라의 야당을 살리게 된 사실을 나는 만족스럽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떤 정치학자가 그녀를 향하여, “7.30 재‧보선의 사령탑을 지휘하다 야당의 참패를 자초한 사람이 어떻게 침몰하는 야당의 비상대책위원회의 지휘봉을 잡을 수 있느냐?”고 호통을 쳤지만 내 생각은 다릅니다. 그런 쓰라린 경험을 가진 정치인이라 오히려 야당 재건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박근혜 못지않은 큰 짐을 지고 비대위의 중책을 맡고 등장하는 위원장 박영선이 취임 소감을 피력하면서 ‘무당무사’라는 한 마디를 던졌는데 위원장 자신이 “당이 없으면 내가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을 하니까 알아듣지, 얼핏 들어서는 ‘무당 같은 병사’라고 하는 것 같아 어리둥절했습니다.

‘사자성어’(四字成語)가 ‘사자성어’(死者成語)가 될 뻔 하였습니다.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 나가면 난파한 ‘민주호’를 살리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순하고 정다운 우리말을 쓰지 않고 어려운 한자로 자신의 결심과 각오를 표명코자 하는가? 그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새로 여당의 지휘봉을 잡은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이 최근에 국방장관에 취임한 한민구 장군에게 ‘문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책임을 물으면서 “장관은 자식도 없느냐”고 책상을 때리며 호통을 친 것을 잘했다고 칭찬하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으나 나는 그 장면을 매우 못마땅하게 지켜보았습니다.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백만 군대를 이끌고 전투에 임해야 할 국방장관이 여당의 2인자로부터 그런 모욕적인 질책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김무성 대표는 감정을 억제하고 보다 바르고 고운 말로 장관에게 그 걱정을 전해야 했을 겁니다.

한민구 장관 혼자서 국군 창설 이래 66년 동안에 쌓이고 쌓인 병폐의 책임을 다 지고 나가라는 것은 무리한 부탁이요 지나친 문책이 아닙니까? 이런 여당을 위해 누가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일할 생각이 나겠습니까?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것도 못마땅합니다. 그는 오늘 사성(四星)장군이지만 이름도 오성(五星)인데, 미국의 맥아더 장군처럼, 별을 다섯 다는 한국 최초의 장군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책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