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이정현의원 곡성 고향집 방문
금의환향 -이정현의원 곡성 고향집 방문
이 의원은 "선거한다는 핑계로 정신이 없어, 그동안 집에 들르지 못했다"며 "내일 서울로 가기 전에 어머니께 밥 한 그릇 얻어먹으러 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7ㆍ30 재보궐 선거에서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해 보수정당 후보로는 26년 만에 `전남 당선`이라는 정치사를 새롭게 쓴 이정현 의원.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당선 인사로 분주했던 그가 출마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인 짧디 짧은 휴식을 고향집에서 보낸 것이다. 이런 그를 매일경제신문이 반나절 동안 동행 인터뷰에 나섰다.
-고향집은 자주 오나.
▶늘 오는 곳이다. 어렸을 적 앞산에 있는 금산과 눈싸움을 하곤 했다. 금산을
삼켜보겠다고 다짐했다. 또 고등학교 1학년 때 하루는 뒷산에 있는 황새바위에 올라가 `동네 어르신 여러분, 날이 밝았습니다` 하고 외쳤다. 부끄러워 서둘러 내려왔지만 왜 그런지 모르게 문뜩 소리쳐 마을 사람들을 깨워보고 싶었다.
논에서는 우렁이를 잡고 온갖 산새가 지저귀는 숲 속 바위에 누워 책도 많이
읽었다. 산 너머 세상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 곳이 내 고향이다.
-꽤 산 중턱이다.(어머니 장귀옥 씨가 아들을 위해 뭇국에 쌀밥, 절인 김치, 산나물, 불고기가 가득 담긴 상을 내왔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담임선생님이 우리 학교를 찾아오실 때 곡성읍내에서 `목사동면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마을 주민이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광주-구례 간 직행버스를 타고 삼기면 삼거리에서 내려서, 광주-순천 간 직행버스로 갈아타 석곡면 석곡리에서 내린 뒤, 그곳에서 하루에 두 번 구례 화엄사로 가는
버스가 있는데 갈아타서 죽곡면 연화리에 내리면 보성강 나룻배가 있으니 건너가면 거기 있다`고 했다고 한다. 그만큼 산중이다. 그런 이곳에서 고려 때 왕건을 구하고 목숨을 잃은 충신 신숭겸 장군이 태어났다. 나도 신 대장군처럼 의리의 사나이가 되고 싶었다.
-축하한다. 승리는 언제 예감했나.
▶TV에서 당선 유력이라고 자막이 뜬 뒤에야 `이겼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2012년 19대 총선(광주 서구을 출마) 때도 여론조사에서는 내가 앞섰는데
막상 뚜껑을열어보니 지지 않았나. 이번 선거는 시민 혁명이었다고 자부한다.
-피곤해 보인다. 못 쉬었나.
▶당선된 날도 한숨 못 잤다. 새벽 1시 30분에 집에 들어가, 축하한다는 문자메시지에 두 시간 동안 일일이 답문하고 나니 3시 30분이더라. 바로 그 시간에
시민께 감사 인사를 올리려고 택시기사 있는 가스충전소에 들렀다가 출근하는 시민께 인사하고, 낮에는 재래시장 들러 또 인사를 했다.
-이겼는데 그렇게 할 필요까지 있나.
▶너무너무 가슴이 벅차다. 내가 6만815표를 얻어 이겼다. 시민들이 투표장에서 무지무지 어려운 선택을 해준 것이다. 어떻게 훌쩍 서울로 떠나 의정 활동을 하겠나. 인사를 하면서 한 분 한 분 눈을 마주치며, 속으로 다짐하고 또 했다. 내가 은혜를 갚겠다.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속으로 말했다. 왜? 정치인은 환경에 따라 쉽게 흔들리니까. 마음속에 보은하겠다는 못을 박고, 프린트하고
또 했다.

이정현 의원에게 고향집은 유일한 안식처다. 6일 전남 곡성군 목사동면 관암촌에 있는 집을 찾아 아버지 이재규 씨, 어머니 장귀옥 씨와 식사를 하고 있다.
고향의 봄/이원수 요/홍난파 곡/김치경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