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밤열차 이야기

월명실 2013. 9. 12. 20:46

 

 
 

 

 

밤열차 이야기 

 

 

    우리 모두가 밤열차를 타고 인생의 길을 떠났다. 멀고 먼

 여정이다. 천 년만이 아니라 만 년을 달리는 야간 열차이다.

    그 열차에 탄 사람들은  제각기 정해진  정거장에 내려야

 한다,  어떤 이는 60년을 타고,  또 어떤 사람들은 70년이나 

 80년 동안  같은 열차를 타고 가다가는 정해진 시간에 내려 

  야 한다.  밖은 어둡다.  내려서 어디로 가는지는 누구도 모  

른다.                                                                       

자기 자신도 모르는 길이다.                                 

 

   삶의 열차에서 내린다는 것은 죽음으로 간다는 뜻이며,

죽음 뒤의 사실은 누구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열차에서 죽음의 정거장으로

는 내리지 않으려고 애쓴다. 가족을 두고 어디로 가느냐고

호소도 해본다. 어둡고 캄캄한 밤인데 어디로 가야 하느냐

고 물어 보기도 한다.                                                 

 그러나 때가 오면 누구나 밤열차에서 내려야 한다. 열

   차는  그대로 달리기  때문에 내린 사람의 운명은  누구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이 인생의 밤열차에서는 꼭 같은 시간에 꼭

같이 내리고 싶어도 그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같은 순간에

죽음을 택했다고 해도 열차에서 내리면 모두 자기 길을 가

 게 되는 것이다.                                                         

공존共存이란 삶이 허락된, 열차 안에서 만의 일이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인생의 밤열차를 탄 채 달리고 있다. 

  백 년쯤 지나면 열차 안 사람은 모두 바뀐다.60년만 지나도

 아는 사람들의 얼굴이 반이나 사라져 간다. 그 동안 어두운

열차 밖으로 이미 내렸기 때문이다.                              

  

 

     여기 갑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열차를 타고 있는 동안

  에 열심히 돈을 벌었다. 그 돈으로 값진 물건들을 사고 먹을

 것을 많이 장만하고 좋은 옷을 입고 살았다.  그러는 동안에

 늙었다.  얼마 뒤에는 밤열차에서 내리지 않으면 안 될 단계

가 되었다.                                                                

   

    그는 내리고 싶지 않았다. 먹을 것이 없어서 고생하는 사

 람에게 밥 한 그릇도 주지 않을 정도로 아껴 모았던 돈을 어

 떻게 하고 내린다는 것인가.  이렇게 귀하게 간직하고 한 시

 간도 잊은 일 없이 부등켜안고 있던  물건들을  누구에게 주

  고 내린다는 것인가.                                                     

    그렇게 애태우고 있는 동안에 죽음의 신이 온다.  내릴 순

 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갑은 한 번 더 짐 보따리를 부등켜안

 아 본 뒤에 밖으로 끌려 나간다. 어둠만이 깔린 밖으로 나가

야 하는 것이다.                                                         

    남은 가족은 그 돈, 물건, 먹을 것들을 나누어 가진다. 그

 리고는 고마운 아버지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열차 안에 타

  고 있던 사람들은 말없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 중의 

  한 사람이 말했다. "무척 돈과 물건을 사랑하더니 저것들을 

  어떻게 놓고 내렸나?" 라고,                                          

 

 

    을이라는 사람이 같은 열차 안에 타고 있었다.  그는 예술

  에 열중하는 일생을 살았다.  젊었을 때는 가난 때문에 굶는

  일도 있었고 평생을 호화로이 살아 보지는 못했다.  몇 사람

  들의 친구들과 따뜻한 우정을 나누었을 뿐이었다. 그러면서

   도 그는 몇 권의 작품과 저작을 남길 수 있었다.                 

 

     그는 돈이나 물건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추울 때는 남

 루한 외투로 시간을 채웠고,  더울 때는 땀을 흘리면서 열심

히 원고를 쓰고 있었다.                                               

     그도 시간이 찼다. 결국은 밖으로 내리는 운명을 맞은 것

  이다.  그는 몇 친구들에게 인사를 나누면서  "좀 더 좋은 작

 품을 남기고 싶었는데...," 라면서 작별인사를 했다.           

그도 밖으로 내려버렸다. 열차는 여전히 달리고 있다.

    열차 안 사람들은 그가 내린 뒤 그의 작품과 책들을 읽고

있었다. 모두가 고마운 분이라고 말했다. 고생은 했지만 우

리들에게 큰 즐거움을 안겨 준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병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열차 안을 수없이 많이 돌

  아다녔다.  병든 사람들에게  위로와 약을 주기 위해서였고,

 고통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려고 찾아다

녔다.                                                                       

   어떤 때는 자신이 먹을 것을  가난한 사람에게 주기도 했

 고, 어떤 사람에게는 말없이 위로의 뜻을 주고 싶어 같이 잠

들기도 했다.                                                             

 거의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사랑과 봉사밖에 모르는 사

람 같은 인생을 살았다. 누구에게나 같은 미소와 친절과 사

랑을 베풀었다. 마치 그는 버림받은 사람을 위해 이 열차를

타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이었다.                                     

   그도 때가 찼을 때 열차에서 내렸다.  내리면서 혼자 중얼

 거렸다. "고통받는 저 사람들을 좀 더 오래 돌보아주고 싶었

는데...," 라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아쉬워했다.  "저분은 좀 더  우리와

같이 있었으면 했는데...,"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말했다. "우

리도 저분의 뜻을 받들어 불행한 이웃을 도울 수 있어야 하

는데...,"라고.                                                            

 

  

우리는 그중 어느 편을 택해야 할까?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 것인가?

 생각하면서...,

 

 

  

전건이